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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 Nov 10. 2023

4화. 소비단식 3개월 차,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소비 기록 수첩에서 가계부로 이사!


소비단식 3개월 차.


여전히 빚은 있고,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소비 기록을 3개월째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엄청난 발전이다. 물론 이전에도 가계부를 1년 동안 쓴 적도 있고, 매일 사용한 합계만 달력에 기록한 적도 있긴 하지만 모두 오래전 일. 그때는 왜 쓰다 말았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모으는 재미가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예전 소비기록에서 아직까지 기억 남는 것은 아주 잘 방어했을 때가 1,000원이 남았던 달이었다. 그때는 정말 허탈했었다. '옷 한 벌 제대로 사 입은 것도 아니고, 외식을 줄기차게 했던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돈이 없지?' 하고 말이다. 그 이후로 대충 전체 금액만 확인하면서 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때 좀 더 경제공부를 한다던가,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노력을 해봤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지난 시간 후회해 봤자 돌아오지 않으니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 그때보다 지금이 더 심각하니까..;;









(왼) 수첩에 쓴 10월 마지막주 소비기록 / (오) 11월 가계부 기록 시작




2주 전, 10월 마지막을 돌아볼 때 내 소비기록은 처참했다. 9월 첫 달을 엄청 잘 방어해서(나름 내 기준) 10월도 그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무너지다니. 수첩에 빨간 글씨는 신용카드 사용이다. 신용카드 사용 때문에 생긴 빚을 해결하려고 시작한 소비단식이니 현금위주로 생활하긴 하지만 현금이 부족하니까 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 이거야 말로 악순환이구나 싶었다.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10월 마지막 10일 동안은 소비기록도 느슨, 소비 방어도 느슨. 거기다가 돌발지출까지 생기는 바람에 의욕이 사라질 뻔했지만 일단 어디다 썼는지라도 남기자 싶어서 밀린 내역을 다 기록했다. 예전 같았으면 이미 다 지출됐고, 카드 내역 나올 건데 이걸 뭐 적고 앉아 있나 싶었을 텐데 이번에는 기록만이라도 하자고 결심한 걸 지키고 싶었다.


10월 소비 기록을 모두 쓰고 나니 수첩도 마지막 페이지가 넘어갔다. 우발적으로 사둔 가계부가 있기도 하고, 합계 기록이 쉽지 않아서 가계부로 넘어가기로 결심! 하지만 새로 산 가계부는 1월부터 쓰게 되어 있었다. 다행히 집에 굴러다니던 양지 가계부가 남아(생각해 보니 있는데 난 또 샀구나..)서 12월까지는 양지 가계부에 쓰기로 했다. 


상단에 날짜도 없는 가계부라서 날짜까지는 썼는데 '전일 잔액'이라는 글자에서부터 막막함이 밀려왔다. '그래! 그냥 모든 통장, 모든 카드 잔액을 몽땅 써보자!!'이렇게 시작해서 통장을 뒤져 여기저기 흩어졌던 잔돈을 한 통장에 모으고, 카드 대금도 상세히 적었다.










'오, 할만한데?' '왜 이때까지 안 했지?'


 

잔액을 다 쓰고 보니 갑자기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드 대금도 여태까지는 카드사에서 고지되는 금액대로 갚고 나머지를 이월했는데 11월부터는 얼마를 갚을지 정해서 생활비를 받자마자 이것부터 상환했다. 경제 책에서는 분명 월급이나 생활비를 받자마자 저축부터 하라고 했는데 이렇게 똑 부러지게 카드빚을 정해서 갚다니;; 허허.. 웃프긴 하지만 난 지금 남들과 비교할 때가 아니다!


갚아야 할 총액에서 내가 갚을 액수를 정하고, 생활비에서 카드 고정지출(각종 구독료 등), 현금 고정지출(보험료, 주거비 등)을 나눴다. 이것도 아주 정확하지는 않지만 두 달 전 수첩에 쓴 날것에 비하면 아주 큰 발전이다.


이렇게 해두니 카드 대금 출금일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현금으로 지출되어야 할 일이 있어도 스트레스를 덜 받았다. 갑자기 큰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단지 내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고 핸들을 잡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소비단식 3개월 차에 얻은 큰 교훈이다!


가계부는 수기라서 이상하게 계산한 때마다 몇 백 원, 몇 천 원이 안 맞는 때가 있다. 어떤 날은 10번을 계산기를 두드렸는데 ㅎㅎ 참 이상한 일이다. 더 이상한 건 그 몇 백 원, 몇 천 원이 더 많은 날은 없고 항상 부족하다는 것.(분명 어디에 썼겠지....) 하지만 10번 계산기를 두드리는 진심은 있었으니까 됐어! 

이대로 몇 달을 더 잘 해내면 내 가계부가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하면서 남은 11월도 기대해 본다.







** 소비단식 이야기는 2주에 한 번씩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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