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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는 더 창의적이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사이

믿거나 말거나 통계 이야기

by Lilla Mar 30. 2025

왼손잡이는 더 창의적이다?

–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사이, 우리가 자주 빠지는 착각


‘왼손잡이는 예술적이고, 창의력이 풍부하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하면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피카소, 베토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까지.
 왼손잡이로 알려진 이들의 이름은 너무나도 창의적인 이미지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이야기를 조금만 파고들면 흥미로운 질문 하나가 생깁니다.
 

“정말 왼손잡이라서 창의적인 걸까? 아니면, 우리가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걸까?”


사실 이 주장은 20세기 중반 이후 널리 퍼진 ‘좌뇌-우뇌 이론’에서 비롯된 면이 큽니다.
 뇌는 양쪽 반구로 나뉘며, 좌뇌는 언어와 논리, 우뇌는 감성, 직관, 창의성을 담당한다고 알려졌죠.
 왼손잡이는 오른쪽 뇌를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한다는 통념이 생기면서,
 ‘왼손잡이 → 우뇌 우세 → 창의적’이라는 도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1980년대 이후 뇌과학 발전으로 다소 단순화된 설명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미국 NIH(국립보건원) 산하 연구에 따르면,

“창의성은 특정 반구의 우세 사용보다 양쪽 뇌의 협응 능력과 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지적합니다.
 즉, 한쪽 뇌의 지배가 창의성으로 직결된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제한적인 근거만 갖고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현대 뇌 영상 연구(fMRI)들을 보면,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할 때는 좌우 뇌 모두가 함께 활성화되는 패턴이 보입니다.
 또한, ‘창의성’이라는 개념 자체도 단일한 능력이 아니라,
 기억력, 주의력, 상상력, 문제 해결능력 등 다양한 요소들의 결합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왼손잡이라고 해서 이 모든 능력이 자동으로 향상된다고 보기엔 어렵죠.


그렇다고 왼손잡이와 창의성 사이에 아무 상관도 없다는 건 아닙니다.
 몇몇 연구는 왼손잡이가 기억 과제나 창의적 발상에서 약간 더 유연한 사고 경향을 보였다고 보고합니다.
 예컨대,   

2011년 영국 애버딘 대학에서는 왼손잡이가 언어 전환 작업(task-switching)에서 더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는 연구, 2007년 프랑스 파리대학교의 연구에서는 좌뇌-우뇌 간 연결이 상대적으로 더 활발하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전체적인 경향이지,
 모든 왼손잡이가 더 창의적이라는 확증은 아니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오히려 이런 이미지가 생겨난 건,
 왼손잡이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사회적 맥락과 연관이 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오른손잡이 중심 사회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창의적으로 적응해야 했던 환경,
 어린 시절부터 ‘다르게 생각하고 움직이는 습관’이 형성된 점 등이
 창의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종종, 유명인의 사례 몇 개만으로 어떤 ‘특징’을 일반화합니다.
 통계와 과학이 필요한 이유는,
 그럴듯해 보이는 이야기들이 실제로도 타당한지를 차분히 검증해주는 도구이기 때문이죠.


창의성은 왼손과 오른손의 문제가 아니라,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생각의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그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능력입니다.


이 글은 단순한 '속설 팩트체크'를 넘어서,
 우리가 통계를 해석할 때 얼마나 쉽게 인과관계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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