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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전 동거는 이혼율을 낮춘다?

믿거나 말거나 통계이야기

by Lilla Mar 31. 2025


혼전 동거는 이혼율을 낮춘다?

–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통계 해석과 국내 현실


 상반된 속설, 무엇이 진실일까?


“결혼 전에 동거하면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어 이혼 확률이 낮아지지 않을까?” 혹은 반대로, “혼전 동거한 커플이 오히려 더 빨리 이혼하더라”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서로 상반된 이 주장들, 과연 어떤 통계가 진실을 말하고 있을까요?

놀랍게도, 혼전 동거와 이혼율 사이의 관계는 ‘시대와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때는 동거 커플이 더 높은 이혼율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는 통계 수치가 사회의 변화와 함께 해석되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과거의 통계가 말하던 것


19801990년대 미국의 여러 연구에서는 혼전 동거가 이혼 확률을 높인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표적으로, 혼전 동거 커플은 그렇지 않은 커플보다 이혼율이 1520% 더 높았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동거는 결혼의 리허설이 아니라 이혼의 연습’이라는 말이 널리 퍼졌습니다.

하지만 이 통계는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수치일 뿐이었습니다. 당시 동거를 선택한 사람들은 전체 인구 중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소수였고, 이미 결혼 제도에 대한 거리감을 가진 이들이었기 때문에 이혼율이 높게 나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혼전 동거와 이혼율 추이 그래프  “1980년대와 2020년대, 혼전 동거 경험 유무에 따른 이혼율 변화 비교”혼전 동거와 이혼율 추이 그래프  “1980년대와 2020년대, 혼전 동거 경험 유무에 따른 이혼율 변화 비교”


사회가 바뀌자 통계도 바뀌었다


오늘날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동거는 더 이상 예외적이지 않고, 결혼 전의 자연스러운 단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결혼한 커플 중 약 70%가 혼전 동거를 경험했고, 한국도 점차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죠.

최근 연구에서는 오히려 혼전 동거가 이혼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결과가 등장합니다. 특히 짧은 연애 후 급하게 동거한 경우보다, 충분한 기간을 거쳐 서로를 이해한 커플의 경우 결혼 안정성이 높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혼전 동거 수용도 변화 (2010~2024)  “해마다 높아지는 혼전 동거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 추이”혼전 동거 수용도 변화 (2010~2024)  “해마다 높아지는 혼전 동거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 추이”


국내 자료로 살펴보는 현실


한국에서도 혼전 동거에 대한 인식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2024년 결혼인식조사에서는,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는 괜찮다’는 응답이 54%로 나타났고, 이는 전년도보다 6%P 상승한 수치입니다. (출처: 한국리서치, HRC Opinion)

또한 2019년의 한 논문에 따르면, 25~39세 미혼남녀 44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혼전 동거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가진 이들이 결혼 의향은 오히려 낮게 나타났으며, 이는 동거가 결혼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삶의 형태를 반영한다는 분석이 가능하게 합니다. (출처: 한국결혼가족학회지)

혼전 동거 → 결혼 → 이혼 흐름도  “동거, 결혼, 이혼 사이에 놓인 선택과 인식의 흐름 정리”혼전 동거 → 결혼 → 이혼 흐름도  “동거, 결혼, 이혼 사이에 놓인 선택과 인식의 흐름 정리”


남녀 사이의 우정은 존재하는가?


독일 유학 시절, 수학과에 다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여자친구와 정말 깊이 사랑했지만, 결혼은 감정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둘은 결혼 전 6개월간 동거를 하며, 정말 ‘삶을 함께할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서로를 더 깊이 이해했고, 모든 생활이 공유된 공간에서 감정 이상의 현실을 마주했죠. 결과는 “결혼은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는 쪽이었습니다. 그들은 사랑했지만 결혼하지 않았고, 대신 서로를 존중하며 진짜 친구로 남기로 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저에게 동거가 단순한 ‘형식의 전초전’이 아니라, 감정을 넘어선 책임 있는 선택을 위한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남녀 간에 ‘친구로 남는다’는 일이 얼마나 복잡하고 성숙한 감정 위에서만 가능한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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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는 시대의 거울이다


이 주제는 단지 결혼과 동거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통계를 해석할 때, 그 수치가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나왔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숫자는 진실을 말하지만, 그 ‘진실’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혼전 동거는 이혼을 부른다”는 말은, 어쩌면 이미 낡아버린 프레임일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숫자보다도 그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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