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법과 내러티브의 발전
글 그림 고미 타로
비룡소
2000
안녕하세요!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크리스마스입니다. 이번 여행지로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곳을 소개해드리고 싶어 이번 주에는 일요일이 아닌 토요일, 크리스마스에 찾아왔습니다! 오늘 함께 할 그림책은 산타클로스의 선물이 가득한 고미 타로의 <창문으로 넘어온 선물>입니다.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일을 컷아웃(cut-out) 기법을 통해 표현하며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를 더한 그림책입니다. 오늘 여행이 여러분에게 깜짝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컷아웃(cut-out) 기법이란 그림의 일부를 오려내어 내용을 강조하거나 생략하는 등 서사적 의미를 덧붙인 것으로 그림책에서는 다음 장과의 연결고리를 갖게 하는 데 쓰이기도 합니다. <창문으로 넘어온 선물>에서 작가는 창문 부분을 구멍으로 뚫어서 다음 페이지의 일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산타는 이 창문으로 보이는 동물의 특징을 보고 동물을 유추하여 선물을 골라 줍니다. 페이지를 넘기면 자연스럽게 산타가 선물을 들고 있는 모습이 뚫린 창문으로 보이며 실제 그 집에 살고 있는 동물이 공개됩니다. 하지만 그는 산타가 상상한 동물이 아니지요.
구도보다는 색채의 대비로 평면적으로 그려진 그림은 창문을 통과해 보이는 장면이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했습니다. 또한 창문 위로 그려진 말풍선은 이전 장의 산타의 모습과 조화를 이루지요. 창 밖과 창 안으로 보이는 산타의 표정과 포즈는 동일하지만, 페이지를 넘김으로써 생긴 시점의 이동과 말풍선의 변화는 시간의 흐름을 만들어내 산타 모습도 다르게 받아들여지도록 합니다. 컷아웃 기법을 통해 한 창문 당 두 페이지에 걸쳐 전개된 내용은 적절한 그림 배치와 색의 활용이 있었기에 더욱 견고하고 매끄럽게 흘러갈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림책의 내용 진행에 중심인 컷아웃 기법은 동일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산타의 실수는 점점 더 심각해져 어떤 집에는 선물이 전달되지 않기도 하고 선물의 개수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책 속 동물들이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지 못해 슬퍼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난 동물들은 선물을 나누기도 하고 함께 가지고 놀며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합니다. 화면 속 뚫어진 구멍을 통해 작가는 독자에게 호기심과 즐거움, 걱정도 안겨주며 나눔으로 해소되는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담아냈습니다.
재밌는 표현방식을 발견했다면 그것을 기준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발전하고 어떤 식으로 다른 요소와 조화를 이루었는지를 해석해보는 것도 새로운 그림책 읽기 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용되는 방식이 지루함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닌 매번 새롭게 느껴질 수 있도록 작가가 담아내려고 했던 이야기 뒤편의 생각들을 읽어내면서 말이지요.
오늘 여러분의 크리스마스도 <창문으로 넘어온 선물>과 함께 편안함과 즐거움, 행복이 가득한 날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