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피어도 가장 깊은 꽃, 엄마

66세 엄마의 첫 출근길.

by 뚝이샘

우리 집은 언제나 조금 늦다.
엄마도 그러셨다.

66세, 처음으로 요양보호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우리 엄마.

평생 나와 내 아이를 위해 본인의 시간을 미뤄두셨던 분이,
비로소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신 것이다.



지난 한 달간 나는 ~퇴근 후 집에 오면~

요양보호사 일을 마치고 온 우리 엄마의

하루 힘든 일과를 들어 들어야 했다.

“할머니들이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억지를 부리고,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을 반복하시니…

하루 종일 너무 힘들다.”



엄마에게 전한 말

엄마의 지친 눈빛을 보며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우리가 아직 그 나이를 살아보지 않았잖아.
엄마가 맡고 있는 할머니들처럼
고집도 세고, 억지도 부리는 분들,
내가 있는 학교에도 많아.


그분들이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왔으니 바뀌기 쉽지 않아.
그러니 엄마가 마음을 바꾸셔야 해.
측은하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대해드리면 돼.”



엄마는 눈시울이 젖은 채로 말씀하셨다.
“고맙다. 네가 이렇게 말해주니…
너랑 이야기하니 마음이 풀린다.
우리 딸, 정말 많이 컸구나.”



나도 그랬다

그 순간,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우리 엄마 얼마나 두려우셨을까?

생각해 보면 나도 그랬다.
30대의 긴 시간을 임용 준비에 매달리며,
끝없는 불안과 싸웠던 날들.
그리고 40이 가까워서야 지금의 학교에 취업하며
비로소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때 내가 느낀 두려움보다,
엄마의 두려움은 훨씬 더 크고 깊으셨을 것이다.


늦게 피어난 꽃

그럼에도 한 달간 꿋꿋이 출근길을 이어오신 우리 엄마.
나는 오늘도 그 뒷모습에서 가장 큰 용기를 배운다.

늦게 피어도 가장 깊게 향기 나는 꽃.
우리 엄마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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