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버스 뒤에서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비 오는 날 아침 그리고 월요일은 누구에게나 분주한 날일 것이다. 교통방송에 근무할 때도 가장 할 말이 많은 날이 ‘비 오는 월요일 출근길’이었다. 그때 10년의 기억 때문인지 월요일 출근길이면 나는 걱정부터 앞선다.
엄마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내 일 하기 전에 아이를 깨워 아침 과일과 식사를 챙기고 비옷 장화를 입히고 신겨, 안전에 대해 몇 번이나 신신당부한 후 우산을 쓰고 출발한다.
그리고 유치원 노란 버스가 오면 최대한 비를 안 맞게 그리고 안전하게 아이를 태운다.
비 오는 날에도 노란 버스는 느긋하다
모두의 급한 마음과 다르게 유치원 버스는 언제나 느긋하다. 아이를 태워 안전벨트가 단단하게 채워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들이 모두 ‘안정적인’ 자세로 앉으면 여유 있게 출발한다.
내 눈앞에선 언제나 그러던 버스가 3년째 되는 어느 날 아침, 아이 벨트가 다 채워지기도 전에 급하게 출발하는 걸 봤다.
우리 아파트는 구조상 차들이 원을 돌아 그리며 들어오고 나가는 구조다. 길이 하나라 자기만 생각하는 운전 패턴을 가지고 있다면 전체적으로 통행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오늘은 유일하게 우리 아이 딱 한 명 버스에 타던 날이었는데, 아파트 내로 진입하려던 차가 유치원 버스를 향해 공격적인 경적을 뿜어냈던 것. 현재 아파트 지하 주차장 공사 관계로 아파트 내부 지상에 주차를 할 수 있는 터라 아파트에 주차하러 들어가려던 차였다.
가끔 빵빵하는 차들은 있었지만, 어른인 나조차도 너무나 무섭게 느껴졌던 연이은 경적 소리. 게다가 아이 하나 벨트 채우는 순간부터 그 소리가 시작되었으니 길어도 10초 정도였다.
‘아, 아이가 없나 보구나.’
순간 드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급한 일이기에 하고 끝까지 눈이 따라갔으나, 그렇게 긴급한 일 같진 않았다.
다시 한번 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없어 이해가 안 되었나 보네.’ 그러면서도 참 아쉽고 야속했다.
‘10초만 기다려주지.’
나도 아이를 키우기 전엔 몰랐다.
기차역에서, 휴가 나왔다가 복귀하는 아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애써 외면하는 부모의 마음을.
아무런 짐 없이 기차 오가는 걸 세 살배기 아이의 발걸음에 맞춰 바라보고 걸으며 “칙칙폭폭 기차네” 하는 엄마의 목소리를.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지. 한 인간으로서 대접해줘야 함이 마땅한 건지.
바닥난 출산율을 운운하기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아이가 참 홀대받는 존재구나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나는 아이에게 나름 엄격하고, 허용적인 엄마가 아님에도 느낀다. 노란 차에 대한 거침없는 경적, 자연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시끄럽다고 소리 지르는 어르신, 엘리베이터에서 아이가 조금만 닿아도 미간에 인상을 깊게 새기는 사람들.
물론 아닌 분들이 훨씬 많지만 경험하지 않아도 아이에게 조금만 더 존중의 눈빛을 보내주는 어른들이 늘기를. 특히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는 조금만 이해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대접을 받을 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하며, 당당하게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는 어린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