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셋이 먼저일까? 실무역량이 먼저일까?
어떤 상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반도 씨 보고서는 안 봐도 대학생 보고서다.'
처음엔 이 말이 살짝 멘탈에 기스 나는 말이었는데, 집에 가서 생각해보니 그의 시선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제 아무리 고지식한 상사라도 연륜에서 오는 짬(?)은 무시할 수 없다. 나와 함께 일하는 상사들은 베테랑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저 말을 천천히 곱씹어봤다.
대학생이라는 키워드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른 가설들. 첫째, 대학생처럼 보이지 않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며 일해야 한다. 둘째, 대학생처럼 일하는 게 오히려 도움 될 수도 있다. 전자는 대학생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이고, 후자는 '반대로, 대학생처럼 일하는 게 왜 별로지?'라고 생각했을 때 나온 결과이다. 다른 글에서도 얘기했듯 나는 상사에게서 피드백을 받으면, 그게 칭찬이 되었건 비난이 되었건 집에 가서 골똘히 생각해보는 타입이다. 그냥 잊어버리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결국 이 작업은 내가 앞으로 일을 할 때 취해야 하는 포지션에 대해 해답을 내준다.
이런 생각들을 해도 막상 일을 할 때 능률이 안 오른다면 어떻게 할까? 나 스스로는 올라가는 걸 느끼더라도, 정작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면? 나는 가끔 일에 대해 사색적인 사람 같다. 일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건 좋지만, 실무력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하나마나와 같다. 반대로, 실무는 척척 해내는데 일을 대하는 관념이나 태도가 허술하다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 때 오래 못 버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난 두 가지 다 놓치고 싶지 않다.
대학생. 이 단어는 내게 큰 단어다. 그때 그 시절 가진 열정과 터무니없는 희망을 다시금 가지고, 실무 스킬 차근차근 쌓아간다면 미래의 나는 조금 더 달라질 수 있을까? 출근 후, 퇴근 후, 그리고 자기 전 매일 밤 공부하며 그때 들었던 말을 되새겨본다.
공부를 반복하는 일상이 내 신념만 더 강하게 할지, 더 나은 실력도 함께 따라올지 생각하며 말이다. 언젠가 그 해답이 하나로 뚜렷하게 정해지는 날이 온다면, 그때에 나는 둘 중 하나를 깔끔히 포기할 의향이 있다. 지금은 그저 둘 다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