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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도 bando Feb 23. 2023

#신신노트 | 신사업 1주년 회고 노트 (1)

그런 때가 있었지

작년 이맘때쯤 시장 개척을 제대로 해보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회사에서 시켜서가 아닌 '내'가 알아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왜냐하면 당시 주어진 시장 개척이라는 직무는 정말 말뿐인 직무였습니다. 개척이라는 단어에 맞지 않게 영업은 소극적이었고, 매출이 부재하는 기간은 늘어났습니다. 롱텀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그 당시의 신규 사업 전략과 곳곳에서 직면했던 한계들, 그리고 부끄럽지만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제가 해내지 못했고 앞으로 해낼 수 있도록 더 반성해야 할 점, 또 그와는 반대로 확실히 배울 수 있었던 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신사업 전략 

  2022년 전략: 자급자족할 원천을 만들어두자  

    '자급자족할 원천을 만들어두자'. 실제로 이 표현 그대로 회사에 제안한 건 아니지만, 당시 제안한 모든 내용을 관통하는 문장을 말하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마다 전략을 짜는 로직이 다르겠지만, 제 경우엔 전략을 짤 때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미래에는 이렇게 바뀌면 좋겠다'하는 일을 한 마디로 묶어 전략으로 규정합니다. 눈치가 빠른 분은 제가 적은 전략을 보면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일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내가 모르는 길을 대신 개척해 줄 수 있는 좋은 파트너를 찾는 일이고, 두 번째 방법은 내가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제품을 선전하는 일입니다. 전자는 후자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덜 투입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회사 인지도가 낮거나 제품 시장성이 생소하면 무난한 파트너조차 찾기 힘듭니다. 


회사에서 기존에 채택되어 오던 전략은 첫 번째 방법이었고 자발적인 시장 참여가 없었던 관계로 파트너에 대한 의존도는 당연히 높았습니다. 유대감이 깊은 파트너가 있는 일은 좋은 일이죠. 반대로 생각했을 때 그러한 파트너가 1명밖에 없고, 그가 좋지 못한 성적을 내고 있을 때 회사도 함께 손실을 본다는 사실 또한 분명합니다. 이러한 사실이 분명해졌을 때 '회사가 서서히 독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 사실이란 걸 알고 있었죠. 그러나 10년 후 바뀔 미래를 상상하며 오늘부터라도 어제와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일의 프로세스는 아래와 같습니다. 


< 신사업 전략과 구체적 업무 >
1. 장기 목표 세우기
     - 10년 후 시장에서 자립적으로 경쟁하는 플레이어가 되자
2. 중기 목표 세우기 
    - 신규 파트너 발굴
    - 온라인 시장 진출을 통한 점진적인 진입 (그러나 최대한 저예산으로 집행)
3. 구체적인 과업 정하기
     1) 하루에 1곳 이상 신규 업체 컨택 
     2) 2개월 안에 유통 플랫폼 입점 

  

위 업무를 대략 8개월 정도 반복하며 나름대로 중심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계는 어디엔가 늘 있기 마련이죠. 


2. 구조적인 한계 vs 초보자의 미숙함 

    새로운 시장에 들어가는 루트를 알려면 회사가 가진 자원 중 어떤 부분이 집중이 필요한지를 알아야 합니다. 시장에 보여줄 수 있는 자원으로선 대표적으로 제품, 브랜드, 회사 인지도, 합리적인 가격 구조가 있습니다. 이중 어느 부분을 집중하고 개선할지는 각 회사의 문화와 의사결정구조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서 하나씩 체크해 봤습니다. R&D 기간이 느리고 의사결정이 보수적인 조직의 경우 제품을 당장 개선하는 일이 시간 소모적입니다. 담당자 한 명이 주관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죠. 브랜드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에 의해 소비자에게 인식된다고 생각하는데, 첫 번째는 회사가 마케팅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이미지이고 나머지 한 가지는 입소문을 통해 대중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각인된 이미지입니다. 몇십 년에 걸쳐 쌓아 온 (혹은 회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쌓인) 이미지를 직원 하나가 바꾸기란 태산을 손으로 옮기는 일과 같습니다.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은 어떨까요? 노력할 순 있지만, 우선 제품이 있어야 가격을 매길 수 있겠죠. 여기서 1차적으로 한계를 깨닫게 됩니다. 제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회사마다 다릅니다. 예를 들어 레디메이드를 속전속결로 파는 방식이 있고, 시장에 맞게 제품을 기획한 다음 개발에 착수하는 방식이 있죠. 제가 속한 곳은 후자에 가까워서 어렵사리 구한 대형 고객이 정확한 가격을 달라고 해도 주기가 난처했고, 심지어는 이미 개발이 진행 중인 제품도 가격 변동성이 커 가격적인 어드밴티지는 보장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회사 인지도 딱 하나네요. 지금 당장은 시장에서 인기가 없어도, 이 부분만큼은 누구 한 명이 노력하면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제품을 세일즈 포인트로 활용하여 하루에 1곳, 많게는 3곳에 달하는 업체들에 무작정 콜드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메일을 읽지 않으면 전화를 걸어 이름도 모르는 담당자를 찾곤 했죠. 제가 택한 영업 방식은 꽤나 원초적이었어요. 회사원이 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기업의 영업인들은 아무에게나 무조건 전화를 돌리는 전통적인 영업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상상했었거든요. 그러나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데 별 수 있나요, 어떻게든 잠재 고객의 눈에 한 번이라도 더 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참고로 잠재 고객에게 회사를 노출시키는 방법은 콜드 메일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 잠재 고객과 만나는 방법 >
1. 직접 영업
    1) 콜드 메일 or 전화 영업
        - 전화에서도 실패하면 우편으로 러브레터라도 적어서 보내야 합니다!ㅎㅎ
    2) 온라인 입점 판매
        - 초기 단계에 오프라인 입점은 비용이 참 많이 들죠. 현장에서 고객과 만나기 어렵다면 온라인을 활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3) 현장 영업 
        -  '현장'을 정의하는 것도 영업인의 역량일 것 같은데요. 고객의 직장, 집, 전시회, 어떤 때는 우연히 들른 카페나 미술관처럼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어떤 장소든 현장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4) 에이전시 경유 영업 
        - 에이전시 역할은 공공 기관이 해줄 수도 있고 사기업이 해줄 수도 있습니다. 견적과 효율성은 잘 따져봐야겠죠.  
2. 간접 영업
    1)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쇄신과 소통 창구 마련
    2) 정기 뉴스 레터 발행을 통한 기존/신규 고객 인지도 향상 
    3) 다빈도의 광고 활동 etc. 


위에 있는 방법들을 모두 시험해 본 결과, 몇 가지 한계가 또 있었습니다. 콜드 메일과 전화 영업의 경우 우선 생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1명이서 제안 메일을 만들고 모든 업체에 연락을 돌리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죠. 만약 콜드 메일 업무 중 특정 프로세스를 자동화해 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하루에 연락할 수 있는 업체의 수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그때 에이전시 경유 영업과 간접 영업 방식을 회사에 제안했는데, 회사에선 해당 방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결국 채택되지 못했죠. 예산을 최대한 눌렀지만 금전적인 우려도 한 몫했습니다. 이때부터 '내가 설득할 때 부족한 부분이 있었나? 이는 내가 초보자라서 직면하게 된 실수일까? 혹은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설득이 안된 걸까?' 하는 고민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그때야말로 중심을 잘 잡았어야 했는데 의욕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이때 2차적인 한계와 만났지요. 


온라인 입점 판매 역시 사업 기획과 견적 확인을 마치고 회사에 어렵사리 컨펌을 받았지만 그 이후 생각해야 할 과제들이 더 남아있었습니다. 만약 제품에 대한 구매가 발생하면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잘 조작할 수 있는 관련 부서 인원들, 그리고 효율적인 운송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이를 혼자서 해낼 수 없다면 대행업체를 쓰는 것도 방법입니다. 여기서 3차적인 한계와 마주했습니다. 첫 번째, 지식이 부재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관련 인원 (상사, 협업 부서 등) 모두가 배워야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구매 처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정확도가 떨어질뿐더러 이를 제대로 조작할 줄 아는 인원 또한 부재했습니다. 두 번째, 의사 결정이 번복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운송 인프라 방안에 대해 상사에게 보고한 적이 있는데 어느 날은 A업체로 지시를 했다가 또 어느 날은 A업체를 지정한 이유에 대해 물어봤죠.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자 혼란스러워 자연스럽게 프로젝트를 일시 정지하고 말았습니다. 그때부터인가요, 시키는 일만 하게 된 사람이 된 게...


왜 이렇게 보니 흐름이 우울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죠? 아직 포기하지 마세요. 끝은 나지 않았습니다. 유명한 말이 있잖아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서 쓰다 보니 이야기가 점점 길어지는 것 같아 오늘은 이만 줄이고 나머지는 다음 회차에서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과거의 이야기는 이쯤 묻어두고, 다음에는 현재를 소개할 수 있는 글을 가져와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포기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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