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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 boo Jul 26. 2021

[심야술집] #2 누구에게나 나만의 술집이 필요하다

적당한 술 한잔이 생각나는 시각, 심야술집 에세이로 찾아갑니다


프롤로그 두번째

[누구에게나 나만의 술집이 필요하다]


ⓒ원부연


2014년 6월, 이노션이라는 광고회사를 퇴사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달인 2014년 7월, 내 이름을 모티브로 한 '원부술집'을 상암동에 오픈했다. 

이후 '모어댄위스키', '하루키술집', '신촌극장', '신촌살롱'등 다양한 브랜드의 공간을 만들었다.

(아쉽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2021년 여름, '신촌극장'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폐업했다.)

심야술집 에세이는 그간 느꼈던 다양한 술집 등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프롤로그 2


누구에게나 나만의 술집이 필요하다



#술꾼에게는, 누구에게나 아지트 같은 나만의 술집이 필요하다. 


하지만 집 외에 편하게 한 잔 걸칠, 나만의 공간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어딘가에서 편하게 한 잔 하고 싶지만 왜 우리는 갈 곳이 없는걸까. 막상 용기내 어딘가로 들어가면 불편한 기운이 감돈다. 사장님과 조금 친해졌다 싶다가도 금새 어색해져 발길을 끊게된다. 특히나 요즘같은 시국에는 더더욱 쉽지 않는 일이다.



#나만의 아지트 같은 술집을 만든다는 건 결코 쉬운 미션이 아니다. 


왜 어려울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간단히 술 한잔 하고 싶다는 생각에 고려해야 할 지점이 너무 많아서가 아닐까. 해가 지면 돌아다니기가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워서, 누군가와 이야기할 용기가 부족해서, 나가는 거 자체가 귀찮아서, 약속 잡기도 번거롭지만 또 혼자 가기는 싫어서. 생각보다 녹록치 않은 일이다.







우리는 쉽고 간편한 대안들을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넷플릭스를 보며, 네 캔의 만원 맥주를 편의점에서 사며, 배달의 민족 어플을 통해 치킨을 시키며 저녁을 보내는데 쓰게 된다. 나이가 들 수록 더 쉬운 선택을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이 과연 우리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줄까. 행복한 마음이 들게 할까. 물음표가 떠오른다. 



공간에서 쌓을 수 있는 무한대의 경험을 놓친다는 건 공간 운영을 했던 사람으로서 다소 안타까운 일이다. 어떻게 해야 공간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 알게 된다면, 조금은 더 풍성한 라이프스타일을 살 수 있지 않겠는가. 공간에서 만난 작은 인연이 때론 엄청난 나비효과처럼 사건을 만들어 주기도 하니까.



*술집에서의 작은 인연이, 무한대로 확장될 때가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공간이란, 적극적인 경험을 통해야 제대로 알 수 있는 영역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나에게 어떤 공간이 잘 맞을지에 대한 시도와 노력이다. 각자만의 핏이 맞는 공간은 세상 어딘가 분명 존재한다.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지만 다소 소극적이었다면 앞으로 소개할 글들을 통해 '다방면으로' 손을 뻗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머물렀던 여러 공간, 특히 술집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경영자의 관점으로 풀어보려 한다. 공간에서의 경험을 통해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공간 경영에 어떤 아이디어를 받았는지에 대해서. 당시에 몰랐던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의 시선으로 끄집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별로 재미 없을지 모르겠다.ㅋㅋ)



*나를 술꾼의 세계로 입문했던 공간, <연희관 016호>.






나에게 시작은 연희관 016호였다.



공간에 대한 인상적인 첫 기억은 캠퍼스 내 한 공간에서 부터였다. 나는 <연희관 016호>에 있던 사회과학대학 극회 토굴 동아리방에서 술꾼의 세계에 입문했다. 우주의 술기운으로 광고회사에 취직했고, <아름다운 시절> 술집에서 평생의 소울메이트인 남편을 만났다.



남편을 만난 술집을 인수해 공간 창업의 꿈을 시작하게 되었고, 상암동 <원부술집>이란 공간을 오픈하며 음주문화공간 기획자라는 두 번째 직업을 가졌다. 이후 위스키바 <모어댄 위스키>, 신촌 유일의 소극장 <신촌극장>, 루트임팩트와 함께한 <신촌살롱>까지, 다양한 공간 브랜드를 런칭할 수 있었다.



내 인생의 모든 핵심은 공간에서 시작되었다. 수 없이 많은 공간들에서 배웠고, 그곳에서의 인연이 더해져 내 삶은 풍요로워졌다. 작가가 되었으며, 여러 방향의 콘텐츠로도 확장이 가능해졌다. 평범한 대학생과 직장인이었던 내가 음주문화공간 기획자라는 직업을 창직하게 된 것도 그 덕분이다.



그 솔직한 경험담들이 앞으로 소개될 에세이를 통해 전해질 것이다. 특별한 여행이나 기막힌 사건을 통해 접한 이슈가 아닌, 소소하지만 일상적인 것에서 만난 작은 기적들과 같다.


*이제는 추억으로만 존재하는 사라진 술집, 신촌 <무진기행>.






대체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공간들. 



물론 나에게 의미 있던 공간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공간을 바라보는 특정 누군가의 시선과 경험 공유가 아닐까 싶다. 그 시절 그 공간들을 통해 얻었던 것들이 어떻게 지금의 나에게(또는 동시대의 동료들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말이다.



공간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그 시절에 느꼈던 감정들을 지금의 관점에서 해석해보는 건 큰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소비자에서 경영자의 입장으로 공간을 다시 바라보니 전혀 다른 기억으로 회고되기도 했다. 그때는 미처 몰랐던 부분들도 이제는 새로운 시선으로 이해가 갔다.



각자에게도 분명 기억 저멀리 있던 공간들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글을 통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되새겨 보는 것도 좋겠다. 저마다의 추억담을 공유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원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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