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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던컨 May 30. 2022

라이프스타일이 틀린 부부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안 고치면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반진반 도발 발언을 최근 자주 일삼는 분은 집사람이다.


누가 110 볼트이고 누가 220 볼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라이프 스타일 전압에서 호환되는 도란스(변압기)가 없어  잘못 갖다 끼우면 '펑' '펑' 터질 일이 많아 아슬아슬하다.


라이프스타일에서 와 다른 가족간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는데

우선 기상시간과 관심사를 들 수 있다.

평소 출근에 맞춘 6시 45분 기상은 주말에도 이어진다. 평일에는 알람 소리 듣고도 오분만 더 오분만 더 했지만 주말에는 알람이 없어도  미적거림 없이 벌떡 일어나게 된다.


혼자서 그 시간에 일어나면 정말 고요한데 조용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경비아저씨 빗자루질 소리와 초여름 계절이 반가워 울어대는 새소리뿐이다.

오전 일곱 시 전에 진한 커피를 내리고 TV 볼륨을 낮춘 뒤 넷플릭스를 열어 새벽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 온전히 드라마에 몰입되어 작가의 의도와 배우의 감정을 읽고 느끼게 되는'드我一體'의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


지난 일요일도 새벽 드라마로 정진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서울로 떠난 영희가 그린 그림을 보며 영옥이가 오열하는 장면에서 '드我一體' 감정선에 있던 나 역시 이른 아침부터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봤는데 집사람이 그런 내 모습을 못 봐서 다행이지 봤으면'정말 못 볼 꼴이다.' 라며 혀를 끌끌 찼을 포인트였을 테다.

언니가 그린 그림에 팡펑 우는 한지민 새벽에 나도 줄줄 울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나와 다르게 집사람과 아이들은 주말에 밤늦은 시간까지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고 점심때가 다 되어 일어난다.

기계치인 나는 닌텐도 스위치 작동법도 잘 모르겠으며 다들 열광하는 어벤저스 같은 영화도 흥미가 없어 같이 보자고 틀어놓으면 꾸벅꾸벅 조는 내 모습에 '코드가 안 맞아 정말' 하면서 왕따를 시작한다.



둘째는 취미와 식사인데

는 비만, 체중감량, 소식, 저칼로리 이런 쪽에 강박이 있는 편이라 꾸준한 운동과 식사에 신경 다이어트가 평생 취미이신 분 되시겠다.

일주일에 15만 보 이상 걷고 저녁식사도 방울토마토, 견과류, 오트밀, 삶은 계란 등으로 먹으려 하면 무릎 아프다면서 왜 그렇게 걸어 다니고 남들처럼 밥, 국, 반찬으로 식사를 하라며 그렇지 않은 내 식단을  "기니피그 식단"이라며 놀려댄다.

생각보다 귀여운 기니피그


셋째는 노후 계획인데

B2C 형태 자영업을 하는 집사람은 사람 관계에서 넌덜머리가 난다면서 노후에는 사람 없고

오직 자연뿐인 곳으로 가서 농사지으며 욕심 없이 자급자족하 다짐을 하 그 다짐을 내게도 강요한다.


내가 어렸을 적 방학마다 시골 할머니 집에 가서 일주일씩 보내며 기억하는 자연은 여름이면 숨 막히는 더위, 뙤약볕, 갈증, 시커멓게 타는 피부와 허물 벗겨짐, 파리, 모기, 나방이란 단어였고  겨울이면 피할 수 없는 추위, 강풍, 내복, 군불 등의 단어가 연관 검색로 떠오르는 무엇보다 무료함, 적막함 그리고 을씨년스러움이 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어 난 시골이 싫었다.


북적거리고 환하고 깨끗하고 시원하고 따뜻하고 매끈한 도시생활이 좋은 내게 퇴직하면

같이 시골가자라는 말은 구한말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조선 땅을 버리고 만주 간도로 새 삶 찾아 떠나는 유민이 되라는 것 같아 싫다고 하면 또 코드가 안맞는다는 얘기를 꺼낸다.      


청국장도 좋지만 브런치도 좋아한단 말이다.


좀 남다른 감성 소유자인데 남자가 드라마 보고 찔찔 짠다 하고

살이 찌는 게 싫어 샐러드 먹으면 아무거나 지 유난 떤다 하고

백화점 가는 거 좋아하면 이제 그만 물욕 버리고 해탈하라고 하 집사람


기호와 생각의 차이 뿐인데 코드이념화하여 갈라 치기 하는 집사람은  그냥 내가 살아 숨 쉬는게 싫은 것 일수도 있겠다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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