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던컨 Sep 27. 2022

꾸역꾸역 장어구이


지난봄부터 꾸려왔던 프로젝트 종료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말 모심은 뒤 뙤약볕에 낱알이 익어가다가 추수하는 것처럼 ​프로젝트도 봄부터 여름 그리고 가을에 다다르도록 달려왔다.


같이 했던 담당자들 모두 떠나가고 나 혼자 남은 상황에서 차려진  ​프로젝트가 무슨 의미이며 또 혼자서 하는 게 얼마나 힘이 들던지 모르겠다.


중간에 그만두고 도망가싶던 차에 우연찮은 써치펌 연락에 솔깃했지만 결국 진행도 안되고 만약 되었다 한들 정말 이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중간에 몇몇 멤버들이 충원이 되어 진행에 힘을 더했고 오지 않을 것 같은 출시 날짜가 손가락으로 셀만큼 임박 막판 스퍼트라도 되는 양

이번 주는 내리 야근이다 마음을 먹었다.


그런 멤버들의 마음을 달래줄 양 프로젝트 스폰서는 오늘 점심은 장어로 먹자며 외진 곳

숨은 맛집으로 안내한다.



1인분에 33,000원 하는 장어정식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테다.


그간 우여곡절 많았는데 참 수고했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먹고 힘내서 끝까지 잘 해내자


네가 제일 고생했으니 꼬리 한 개 더 먹어라


 배부르게 먹고 돌아오는 길 따가운 가을볕에 시원해진 바람을 느끼며 이런 좋은 계절도 잠시 뿐이고 이제 곧 추워지겠다 싶었다.


세상 바라보는 혜안 없 약삭빠르지 못해 욕먹어 가며 묵묵히 살아내는 것 밖에 못는데 결국 꾸역꾸역 해서 마치고 또 꾸역꾸역 한 살을 먹는구나 싶었다.



feat. 후암동 일미장어

매거진의 이전글 아빠는 회사에서 뭐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