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했던 꿈이었다.
출근시간 경기도에서 서울 중심으로 내달리는 버스에서는 다들 모자란 잠을 보충하려고 웅크린 채 머리를 차창에 기대고 잠을 잔다.
어떤 사람은 입을 한 껏 벌린 채 ‘커커커컥’
목젖이 울리는 코골이소리를 내며 누가 더
잘자나 내기를 하고 있다.
나 역시 다를 바가 없는데
일정한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숙면을 취할 수 있어도 한남대교를 넘어 서울 중심으로 들어서면 버스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못다 잔 잠도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졸음으로 바뀐다.
버스가 정류장에 서면 깼다가 출발하면 다시 졸음을 청했는데 그렇게 다가온 졸음은 생생한 꿈으로 나를 이끌었다.
내가 서있는 곳은 출근 시간으로 붐비는 명동 애플샵 앞이었다.
회사에 가려고 인파를 헤치고 걸어가는데 버스 정류장과 도로의 경계에 회사에 있어야 할
나의 책상과 서랍장이 보였다.
‘어? 저게 왜 저기 있지?’ 하면서 쳐다봤는데
출근시간이다 되어 마음이 급한 나머지
‘이따 와서 치울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냐 누가 가져가면 어떻게 해?’ 하면서
서랍장에 귀중품이 있나 없나 찾아보기로 하고 번호키를 눌렀다.
익숙한 비밀번호 네 자리를 누르고 나니 서랍은 열렸는데
그 안에는 나의 다이어리들 여러 권이 포개어져 있었다.
무심결에 한 권을 골라 펼쳐보니 내가 적어놓은 메모들과 낙서들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한 장 한 장 넘겨보면서 익숙한 필체로 쓰인 글씨를 읽어내고 있었다.
다음 장을 넘기고는 읽고 또 한 장을 넘기고는 읽고 그러면서 점점 더 졸음은 그 경계를 넘어
이제 잠으로 빨려들어간다아아아아하고 느낄 때
‘아! 이건 꿈이지!’ 하고는 번쩍 눈을 떴다.
마침 버스는 내가 내릴 정류장으로 들어서고 있었고 반사적으로 굳은 몸을 일으켜 비몽사몽
인 채 버스를 내렸다.
그러고 나서도 정신이 들 때까지 한참이 필요했다.
이게 무슨 꿈일까 싶어서 오전 내내 찰나 같은 꿈을 곱씹어 봤는데
길바닥에 나 앉은 내 책상을 상기하면서 아마도 대책 없이 나이는 들어가면서 회사에서는 쓸모가 없어지지 않을까 안절부절못하는 나의 속마음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불안했던 꿈의 불안감이 가시기 전에 글로 옮겨 보고 또 보면서 막연한 노후를 경계하는데 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