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쉬잇 Dec 11. 2021

비행기는 처음 타보거든요

배만 타서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한다면 가히 사람은 두 가지 타입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비행기만이 아니라 어떤 약속이나 일정이 있다면 전부 해당된다.) 첫 번째는 일찌감치 충분히 여유 있는 시간에 일어나 천천히 준비를 하고 또 천천히 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시간이 없는 걸 알면서도 빠듯하게 일어나 혼신을 다해 준비 후 또 빠듯하게 가는 것이다. 나는 전자라고 할 수 있다. 태생이 시간 개념이 없어 지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항상 이른 시간에 준비하고 나가 도착하는 편이다. 지독한 플랜맨이 되는 쪽보다는 낫다고 본다.

공항에 가까이 살지도, 그렇다고 차가 있지도 않으니 아침 비행기를 위해 새벽에 일어나 시내버스를 타고 고속터미널로  다음 공항 직행 버스를 탄다. 공항에 도착하여 나름 천천히 수속을 밟는다고 노력은 했지만 적어도 2시간남는다. 언제나 마지막 손님을 찾는 안내 방송과 바쁘게 움직이는 지상직 승무원, 눈빛이 흐린 보안요원 사이에 어색하도록 여유 넘치는 나는 유리에 붙은 촬영 금지 투명 스티커 너머의 분단국가의 흔한 민간공항과 군사공항을 바라본다. 각색의 보잉 항공기들이 출항과 착륙을 반복하고 드물게 군용 헬기가 보인다. 출발 15  탑승을 시작하고 오른쪽 창가의 F열에 앉는다. 출발  드라마를 시청하느라   번도 허리를  적이 없는 E의 손님이 나의 어깨를 가볍게 톡톡 두드린다.




“비행기 처음이세요?”

“아니요. 일이 있어서 자주 탑니다.”

“어머나 어머나 저는 비행기 처음이거든요! 맨날 배만 타서…”

“부럽습니다. 바다를 좋아합니다.”

“어멈머”




짐이라고 해도 옷 두어 벌 든 가방을 들고 국내선 1번 게이트를 빠져나온 후 머리를 쥐어박듯 내 말의 모순을 눈치챈다.


배가 좋으면 배를 타면 되지 비행기를 타면서 바다가 좋다며 부럽다고 하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틀림없다.

작가의 이전글 늦은 밤 악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