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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잇 Apr 25. 2022

가짜 소소함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대단할 수도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어릴 때는 굉장히  바람과 꿈이 있었다. 예를 들어 세계평화라든가, 로또 1 당첨이라든가. 물론 아직까지 이루어지지는 않았고, 커보니 나는 로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되어서 앞으로도 이루어지기는 힘들 것이다. 얼마  전구 없는 스탠드 조명에 손가락을 넣어보듯 찌릿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출력했다. 이유는 없다. 그저 그냥 생각이 났고 참을 이유나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는 장래희망이 전부 대통령이라 되어있었다. 담임선생님은 그걸 전산에 입력하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그만 생각하자. 그 당시 나는 정말 전구 없는 스탠드 조명에 손가락을 넣어보는 아이였으니 말이다. 찌릿 수준이 아니었다.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야, 꿈 있냐?”

“있으면?”

“말해줘야지”

“없으면?”

“없다고 해”

“말하기 싫으면?”

“그만.”

“사실 있어. 로또 1등 당첨”

이 친구도 이루기 힘들 것 같다. 로또를 사지도 않으면서 로또 1등 당첨이 꿈이라니. 기가 찼다. 친구에게는 지나치게 면박을 주고 다시 더 더 작은 바람은 있는지 물어봤다.

“내 방에 포스터가 하나 있는데 말이야. 마스킹 테이프로 벽에 붙여놨는데 계속 떨어지더라고. 그것 좀 안 떨어졌으면 좋겠어.”

“스카치나 박스 테이프로 붙이면 되잖아.”

“그러다 벽지 뜯어지면 도배비 줄 거야?”

일단 미안하다고 했다. 친구는 말을 이었다.

“그럼 넌 뭐가 있는데?”

“일하고 있는데 퇴근까지 한 시간 정도 남은 거야. 근데 갑자기 부장이 와서 다른 쓸데없는 말 없이 그만 퇴근하라고 하는 거야. 어때?”

친구는 생각보다 현실성도 없고 별로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사실 나도 마스킹 테이프 접착력을 항상 아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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