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편지
편지의 주인을 맞이하지 못한 편지는 결국 전하지 못하고 되돌아와 가슴 속에 묻었어. 상대방은 기억하지 못하는, 발신자는 없어지고 수신자만 남아있는 편지를 반복해서 읽어 내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온기는 여전히 곳곳에 그대로 남아있어.
시점과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다를 뿐, 누구에게나 어린아이가 있어. 13년, 7년, 3년, 그리고 10년. 옛 추억이 되살아나 어린아이를 마주해. 그 모든 바보 같은 행동들이 이 시절의 나에겐 최선이었어. 이제야 쓰다듬어 줄 수 있을 것 같아. 이미 지나간 선택들에 대해 미련 묻은 눈으로 좇는 걸 거두기까지 참 오래 걸렸네.
그동안 많은 게 변하고 달라졌지만 따스함은 변하지 않아서 나를 이렇게나 일렁이게 만들어. 너에게는 잊힐 또 하나의 작은 기억이 나를 다시 오랫동안 웃게 해. 지난날의 기억은 다시 스며들어 제각각 의미를 담고 찬란하게 쏟아지고 있어.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을 줄 알았던 신기루는 이정표가 되어 남아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