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lin Mar 26. 2023

Banksy effect

나비효과 말고 뱅크시효과

"Art should comfort the disturbed and disturb the comfortable."

- Cesar A. Cruz

"예술은 불안을 편안하게 하고 편안함을 불안하게 해야 한다. “ 멕시코 시인 Cesar Cruz의 인용구인데, 거리 아티스트 뱅크시(Banksy)에 의해 유명해진 말이다




뱅크시는 90년대부터 런던의 거리 곳곳에 쥐를 그려대기 시작했다. 그는 쥐를 통해, 주류 문화에 의해 종종 무시되고 거부되는 노숙자들과 같은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고자 하는 그의 소망을 반영했다. 마치 도시의 쥐들과 비슷하게, 사회적으로 소외된 가난한 집단들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뱅크시는 이렇게 쥐들을 공공건물들의 벽으로 데려옴으로써 저항과 사회 정의를 위한 그의 열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Graffiti is one of few tools you have if you have almost nothing. And even if you don't come up with a picture to cure world poverty you can make someone smile while they're having a piss."
“그래피티는 당신이 가진 것이 거의 없을 때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도구 중 하나이다. 당신이 세계 빈곤을 치료할 그림을 생각해 내지 못하더라도 누군가가 소변을 보는 동안 미소를 짓게 할 수 있다.”

- Banksy


뱅크시의 그래피티 사랑은 남달랐다. 그의 어린 시절을 엿보기 위해, 1980년대 영국 브리스톨(Bristol)로 잠시 들어가 보기로 하자. 당시 브리스톨에서는 폭동이 끊이질 않았고, 이를 촉발시킨 요인은 바로 높은 실업률, 가난, 그리고 그 지역의 많은 젊은이들이 느꼈던 사회적, 정치적 배제감이었다. 이러한 불안은 정부의 긴축 정책이나 민영화 정책에 의해 더욱 부채질되었다. 무정부주의자들과 반 자본주의 단체들이 생겨났고,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공개적 시위를 했다. 이 시기에 거리예술은, 시위의 중심에 서서 시각적으로 확실하게 그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으로 미루어보아 뱅크시의 어린 시절은 그래피티로 둘러싸인 세상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From Vandalism to High Art


"The greatest crimes in the world are not committed by people breaking the rules but by people following the rules. It's people who follow orders that drops bombs and massacre villages."
“가장 최악의 범죄는 규칙을 깨는 사람들이 아니라 규칙을 따르는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다.”

- Banksy


"There is nothing more dangerous than someone who wants to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세상을 더 나은곳으로 만드려는 사람들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

- Banksy


뱅크시는 국가가 권력구조를 유지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가지, 자본과 군사를 중점적으로 비꼰다.


Banksy, "Love is in the Bin"

2018년 10월, 뱅크시의 대표적인 작품인 “Girl With Balloon"은 런던 소더비(Sotheby)에서 열린 경매에서 100만 파운드 이상의 가격에 낙찰되었다. 경매인의 망치가 떨어지자마자 Girl With Balloon은 액자에 숨겨져 내장되어 있던 분쇄기를 통해 스스로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뱅크시는 개인 인스타그램에 ”Love is in the Bin (사랑은 쓰레기통에)“라는 새로운 제목을 붙여 작품의 사진을 게시하였다. 비평가들은 이 사건을 예술의 상업화와 부풀려진 예술시장에 대한 강력한 논평으로 보았다.


Banksy, Untitled / Banksy, "Venice in Oil"

뱅크시는 2019년 5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예술 행사 중 하나인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게릴라 개입을 펼치며 다시 한번 화제가 되었다. 그는 비엔날레 측의 공식적인 초청 없이 마음대로 등장해 구명조끼를 입은 아이의 모습을 벽에 몰래 그리고 사라졌다. 그것은 지중해의 난민 위기에 대한 유럽 연합의 대응에 대한 비판이었다. 또한 그는 비엔날레 행사 도중 “Venice in Oil"이라는 패널을 내걸고 유화들과 함께 싸구려 노점상 같은 행색으로 분장한 채 한동안 능청스럽게 앉아있었다. 비록 그래피티와 그의 액자들 모두 경찰들에 의해 빠르게 제거되었지만, 그는 ”Setting out my stall at the Venice Biennale. (베니스 비엔날레에 내 노점 차리기)"라는 캡션과 함께 인스타그램 계정에 설치 장면을 공개했다.


2018, 2019년에 각각 일어난 이 두 사건들이 뱅크시의 예술활동을 즉시 정당화 시켜주진 않았지만 적어도 그는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세상에 증명했고, 이는 더 수용가능한 예술형태로의 전환을 위한 출발점이 되었다.


그 외에도,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몰래 들어가 작품을 불법적으로 전시하는 등 그는 계속해서 불법과 혁명 사이를 줄타기하며 팬과 안티 모두를 생성해 내는 중이다.



천재 혹은 사기꾼?


뱅크시를 둘러싼 소문은 끝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또 어떤 사람들은 뱅크시가 개인이 아니고 그룹으로 움직이는 예술가 집합체라고 믿기도 한다. 뱅크시의 작품은 전 세계 어디에서든 예고 없이 튀어나오니까, 그렇게 믿을 법도 하다.


뱅크시는 예술가인가?

예술에 대해 논하려면 예술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시대에 따라 정의는 달라질 수 있으니, 여기서는 특히 현대예술에 초점을 맞춰보도록 하자. 독일의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인 Hito Stryerl은 현대예술은 아름다움에 관한 것이 아니라 기능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 미‘에 부합하는 스타일을 가지며 종교나 정치 등의 상징적인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그리고 명성 있는 기관들에 의해 의뢰된 예술품들이 미술계를 지배했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부분을 넘어 작품에 내재된 의미를 더욱 중요시하기 시작했다. Stryerl은 여기에 한 가지 개념을 덧붙이는데, "The art field is a space of wild contradiction and phenomenal exploitation. (예술은 야생적인 모순과 현상적인 착취의 공간이다)“라고 하며 현대예술은 그저 사회 정치적 현상을 비추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현상적 담론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뱅크시의 가장 최근의 행보는 전쟁 속에서 발견된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부터 벌써 1년간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도시들 곳곳에 뱅크시의 낙서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그 개수는 지금도 늘어가고 있다. 낙서들은 최근 몇 년간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갈등들을 그려낸다. 키예프 군사청 측에서는 “빛이 어둠을 이긴다는 것을 알려주는 문화”라며 뱅크시의 작품이 발견되는 족족 최신 기술을 동원해 보호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정부는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뱅크시의 벽화를 공식 우표로 제작하기도 했다. 이것이 놀라운 이유는 바로 우크라이나의 벽화에 대한 엄격한 법을 거스르는 행위이기 때문인데, 2015년 우크라이나 측은 정부에 대한 선동행위를 막기 위해 허가받지 않은 낙서를 법적으로 금지하였고, 이후 정부는 줄곧 벽화를 그리다 적발된 사람들을에게 벌금과 징역형을 부과해 왔다. 부동산 소유자들로 인해 작품이 제거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엄격한 벽화에 대한 법을 가진 우크라이나의 역설적인 행보는 아무래도 역경에 직면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회복력, 그리고 현재 우크라이나의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예술의 힘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뱅크시는 반란자이고 문제아이다. 그의 작품이 무엇을 내포하든 말이다. 법을 제정한 권력자들 측에서 먼저 그것을 부수고 이 희망적인 낙서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아이러니한 모습은 그들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뱅크시를 둘러싼 수많은 추측들은 그를 천재적인 혁명가로 만들기도, 사기꾼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든 말든,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희생자들이 생기는 전쟁 속에서 뱅크시는 휴머니즘을 만들어낸다.










매거진의 이전글 Kara Walker의 잔혹동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