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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un 25. 2024

우리 삶엔 넛지(Nudge)가 필요하다

* 넛지 (Nudge)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라는 뜻의 '넛지Nudge'는 일종의 자유주의적인 개입, 혹은 간섭이다. 즉,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되, 선택의 자유는 여전히 개인에게 열려있는 상태를 말한다.


넛지라는 말을 아는가? 넛지란 간단히 개입, 간섭을 말한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쉼, 정거장 같은 의미로도 풀이된다. 나는 이러한 넛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사람에 속할 것이다. 나에게는 하루를 가장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있도록 여러 종류의 넛지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나의 일상을 더욱 아름답게, 능동적으로 만들어 주는 넛지들.


-하루 서너 번의 찬물 샤워

-아침의 얼음 커피 두 잔

-음악

-향기

-볕을 쬐는 것

-영화 보기


마흔다섯이 넘어가면서, 내 삶은 훨씬 힘들어졌다. 나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 이전에는 없던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를테면 지루함, 공허함, 활력이 소진된 상태, 무기력증 같은 것들이다. 사실 나는 그런 것들 없이 활기차게 살아온 편이다. 2-30대의 나는 커다란 목표 하나를 설정하고, 숨가쁘게 달려가는 것만으로도 삶의 풍족함, 완전함을 느꼈다. 매일 운동을 했고, 땀을 흘리고, 그러한 체력, 활력을 바탕으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아이들을 가르쳤고, 서른두 살부터는 기자 생활을 했다.


뒤돌아보건대, 나는 멈추지 않고 쉼 없이 달리는 삶을 살았다. 나 스스로 나 자신에게 지운 무게와 책임을 잘 질 수 있었고, 내게 그러한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그런데 이게 웬걸? 마흔다섯이 넘으니 내 삶에 고비가 찾아왔다. 극심한 무기력증, 바닥난 활력, 의지의 소진 등으로 나는 꽤 힘든 하루하루를 살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작년 말쯤 번아웃이 서서히 찿아들었다. 2024년 3월경, 책 집필을 마친 뒤 나는 거의 서너 달 가까이 번아웃에 시달렸다.


나를 지금의 나로 이끈 나의 넛지


번아웃이 오니, 나의 넛지들도 힘을 잃었다. 나는 음악을 들을 수도 없었고 영화도 볼 수 없었다. 음악을 틀어도, 영화를 틀어놔도 메말라 버린 감정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여차저차, 나는 지독한 번아웃의 늪으로부터 벗어났고, 이제 다시 이전의 나로 되돌아가는 중이다. 가장 먼저 넛지가 힘을 회복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찌뿌둥하고 활력이 없는 상태지만, 찬물 샤워를 하고 나면 도파민이 돌면서 생기를 찾는다. 얼음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다.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하는 나만의 방식, 기제다.


출근하고 나면, 짬을 내서 오전의 햇볕을 쬔다. 3분도 좋고, 1분도 좋다. 그 시간이 나에게는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낸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생기를 잃고 만사가 귀찮아지는데, 나는 다시 찬물 샤워를 한다. 그러면 힘이 생기고 다시 일어서게 되는 것이다. 설거지를 치고, 쓰레기를 버리고, 아이들을 위해 저녁요리를 한다.


모든 일과를 끝내고 잠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눕는 그 순간을 기다리며. 이것 역시 나의 넛지다.


힘든 당신, 넛지가 필요하다.


당신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무엇으로 힘을 얻어 다시 일어서는가? 우리 각자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의 쉼터, 정거장이 필요하다. 친구들과 저녁 약속을 잡는 것도 좋은 넛지에 해당한다.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며 맛있는 것을 먹을 생각에 하루 이틀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삶은 팍팍하고 괴롭다. 누적되는 스트레스를 올바르게 해소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나만의 쉼터, 쉼 공간, 정거장을 만들어야 한다.


당신의 넛지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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