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 : 남의 인격,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함.
흔히 사람들은 말한다.
"나의 상사는 정말 무능력하고 고지식하고 쓸모 없는 일에 열을 올려."
"어떻게 부장까지 올라갔는지 몰라. 정말 실무도 잘 모르고, 회사 돈 빼먹는 데에만 능한데 말야."
"자기가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또 성실하게 감시해. 골칫덩어리!"
여러분의 주변도 그러한가? 물론 어느 정도는 그럴 것이다. 내 주변? 물론 사정은 비슷하다. 대기업이든, 공무직이든, 학교든, 어디나 그러하다.
나는 평소 이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 편이다. 그리고 일찌감치 결론을 내렸다. 우린 고만고만한 사람들이고, 대개의 경우 직장 상사란 시간의 힘에 묻혀 그 자리에 올라간 이들일 뿐이다, 라고. 우린 생각한다. '그 사람 어디어디에서 능력을 인정받아서 무슨무슨 자리까지 올라갔대.' 이런 말을 듣고는, 그 사람에 대한 상상을 펼치는 것이다. 대단한 능력을 가졌을 거야, 주변의 인정을 받고 오직 실력으로 그 위치에 갔을 거야.... . 그러나 그런 이들도 막상 들여다보면 별 것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변이 인정할 만한 자가 되려면, 아랫사람이 존경하는 이가 되려면 특별한 자기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 없이는 특별한 재주, 특별한 능력을 겸비할 방법이 없다. 흔히 말하는 통찰, 인사이트란 노력과 시간의 산물이다. 정말 존경할 만한 이란, 바꿔 발하면 노력하는 자다. 간단하다. 처음에는 모두가 고만고만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노력하는 자와 노력하지 않는 자의 간격은 시간이 흐를수록 도저히 좁혀질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지기 마련이다. 노력이 오랜 시간 쌓이면, 경험과 깨달음이 축적되면 그 선물로 통찰, 인사이트가 주어진다. 물론 이것은 특정한 상황, 맥락에서 발휘된다.
노력하는 자라면, 통찰을 갖춘 자라면, 언젠가 어느 순간에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위기에 닥쳤을 때,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이런 자들의 능력이 나타난다. 물론 그렇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통찰을 갖춘 어떤 이는 그 조직 안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이직을 한다든가, 다른 경로를 통해 그러한 자는 실력을 발휘할 공간을 스스로 찾는다. 우린, 어느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평범한 회사원이라는 뉴스 비슷한 것을 가끔 접한다. 이런 이들, 비범한 능력을 갖췄으나 정작 그가 몸담고 있는 조직은 알아보지 못하는 케이스는 생각보다 많다.
우리 주변의 상사들은 나와 비슷한, 나와 다르지 않은 이다.
우리는 평균의 환상에 젖어 산다. '평균의 종말'이란 책에는 현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얼마나 깊이 평균이란 환상에 찌들어 살게 되는지 설명한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삶 속에서 우린 늘 평균을 잣대로 사고하고 판단한다. 평균 자산, 평균 학력, 평균 점수, 평균 키, 평균 심박수... .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대부분의 회사는 이 평균에 기대 사람을 뽑고, 또 평균에 기대 사람을 평가하며 직급 체계를 돌린다. 그러나 평균이란 사실 한 인간에 대해 그 어떤 점도 명확하게 알려주지 못한다. 그보다는 맥락과 상황에 따른 개개인성, 들쭉날쭉함 같은 것들이 더 한 개인을 잘 성명해 준다.
한 기업의 고위직이란 직급 외에 그 무엇도 설명하지 못한다. 그의 실무 능력, 통찰 등은 직급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오직 실제 상황에서의 판단 능력, 예측 능력, 상상력, 책임감 같은 것들만이 한 인간을 말해 준다. 이것은 수치화하기 힘들고, 평균값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나 자신은 어떤 상사로 비춰질까?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그저 온화한 성품, 수용적인 태도, 강직함 같은 것들이 그나마 괜찮은 상사라는 개념을 표현하는 데 동원된다. 그저 성가시게 하지 않고, 불필요한 일에 간섭하지 않고, 적당하고 원만한 태도를 지녔다면, 괜찮은 상사 취급을 받는다.
아까 언급했듯이, 괜찮은 상사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우리 모두가 고만고만하기 때문이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우리 역시, 나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수 있으리라. 여러분 자신은 여러분의 부하 직원에게 어떻게 평가될까? 생각해 보면 아찔한 일이다.
타인이 보지 않을 때, 남들 쉴 때, 특별한 노력을 하고 성장하며, 매 순간 발전하는 삶을 살았는가? 한 줌의 통찰이라도 소유했는가? 그게 아니라면, 고만고만함을 인정하자. 차라리 괜찮은 성품이라도 갖추자. 그것이 현실적으로, 부하직원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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