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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Sep 19. 2024

여행은 파고, 격한 흔들림

갈 수만 있다면 참 좋은 것, 그것은 여행이다. 20대 젊은 시절엔 그 좋은 여행을 한번 가지 못했다. 여행은커녕 주말도 없이 비정규직으로 꼬박 7년을 일했다.


어렵게 어렵게 정규직 취업을 하고 나서, 여행을 시작했다. 그러니, 여행은 내게 수오지심을 일으킨다. 여행을 가지 못하는 이 시대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에. 


늘 동시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여행을 떠난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는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면서,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여행에 임한다.





올해, 나는 두 딸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고, 장장 20일을 넘게 타국 모험 여정에 올랐다. 비행기를 다섯 번 탔고, 장거리 버스를 탔고, 기차를 탔다. 고맙게도, 나의 큰 딸은 내가 특별히 말하지도 않았는데, 수오지심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내가 가는 여행은, 내 친구들이 미래에 떠날 여행을 미리 가는 것뿐이야. 그러니 자랑할 것도 없고, 우쭐할 것도 없어."


큰 딸은 가정 형편상, 사정상 여행을 가지 못하는 대다수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하다. 여행을 더나는 자신이 친구들에게 빚을 진 것처럼 느끼고 특별한 기회를 받은 것처럼 느낀다. 큰딸은 친구들을 향해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 대견한 아이다.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것(여행)은 인간을 변화시킨다. 인간이 성장하는 특별한 계기는 대부분 우연히 만들어진다. 다름과 차이,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영혼을 뜨겁게 달군다.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것, 진실이라고 단정해 버렸던 것, 고정된 규범으로 받아들였던 것이 통째로 뿌리째 흔들리는 경험. 이것이 여행이 주는 가르침이다. 우리는 A라고 믿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B나 C라고 믿고 있잖아? 이러한 경험이 뇌에 지진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한 깨짐, 흔들림, 파고가 한 인간의 영혼을 깨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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