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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양 Aug 31. 2021

살면서 '절대'라는 것은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서 나는 항상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난 대학은 절대로 안 갈 거야. 어차피 취업하려고 대학 다니면서 4년 동안 등록금 쓰는 거 아니야?

 어차피 취업에 성공했고, 이 회사에서 평생 다닐 건데 대학교에 갈 필요가 없잖아?"


저 당시에는 정말로 진심이었다.

4년이라는 시간과 돈을 쓰기에도 아까웠고, 난 이미 취업에 성공했으니깐.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변하니깐 조금씩 흔들리더라.


회사에서 3년 차가 되어 슬럼프에 허우적거리는 시점에 친구들이 하나 둘 야간대에 입학하기 시작했고,

학교 사람들과 놀러 간 이야기와 강의 끝나고 호프집에서 다 같이 술 마신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음속에서 호기심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학교 가면 피곤하지 않아? 진짜 재미있어?"


호기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어느 날, 동네에 있는 4년제 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야간대학교 운영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많은 친구들이 지원한다는 소식에 나도 입학신청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입학신청서를 열심히 작성하다 보니 유형이 서울캠퍼스와 지방캠퍼스로 나뉘어 있었고, 

서울캠퍼스를 선택한 순간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서울캠퍼스는 경쟁률이 너무 치열해서, 지방캠퍼스로 신청하는 게 훨씬 유리 하대~"

"음, 그러면 수업을 서울에서 들을 수 없는 거 아냐? 지방까지 갈 수가 없잖아"

"아냐 아냐, 유형만 지방캠퍼스고 수업은 서울에서 듣는다고 했어. 난 경쟁률 낮다고 해서 지방 캠 선택하려고

 너도 괜히 서울캠 했다가 떨어지지 말고 지방캠퍼스로 선택해~"


친구의 전화를 끊고 고민했다. 정말 지방캠퍼스로 지원해도 상관이 없는 것일까?

이러다가 덜컥 되었는데 수업을 서울캠퍼스가 아닌 지방캠퍼스로 오라고 하면 어쩌지?

그리고 난 서류와 면접에 자신 있는데, 서울캠퍼스로 신청해도 합격하지 않을까?


홀로 고민하다가 근거 없는 자만심에 친구의 충고를 듣지 않은 채 서울캠퍼스를 선택했고,

서류전형과 면접 이후 결과를 기다리던 나의 모니터에 두 글자가 뜨는 것을 보고 난 좌절 했다.


"불합격"


무조건 합격할 것이라고 자만한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불합격이었고,

나와 같이 신청한 친구들이 입학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꽤나 쓰라렸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웃긴 게, 

대학교를 그렇게 간절하게 가고 싶었던 것도 아니면서 불합격 통보를 받고 보니 너무나 가고 싶어 지더라.


그러던 중 친한 친구가 다니던 야간전문대학교의 관광경영학과를 알게 되었고, 

여행을 좋아하던 내게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 어차피 이직을 하려고 대학교에 가는 것도 아니고, 

관광경영학과에서 여행에 대해서 배우면서 재미있게 다녀볼까?


3년 이상 직장경력이 있으면 지원이 가능했고, 그렇게 난 야간 전문대 관광경영학과에 입학이 확정되었다.


"관광경영학과, 합격"


합격이라는 두 글자가 너무나 벅차올랐고, 감동스러웠다.

절대 가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던 대학교 입학 소식에 이렇게 기쁜 마음이 들 줄이야.


5시 30분에 퇴근하고 학교 첫 수업으로 향했다.

강의실 안에는 웅성웅성 사람들 말소리가 들렸고, 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움직였다.


두근


회사 생활하며 굳은 것과 같았던 나의 마음속에서 무언가 꿈틀 거리는 것 같았다.

내 인생에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되는 것일까?


새로운 세상 속으로 한걸음 내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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