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모순적입니다
어느 때보다 아내에게 집중하고
아내와 잘 사는 데 온 힘을 쓰는데
남들 보고 산다니 모순이지요
쓰고 보니 ‘남들도’ 보고 산다고
고치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둡니다
다만,
예전에는 더욱 더 남들에게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는 남들도 좀 쳐다보고 산다고 하면
좀 말이 될까요
타인과 어울리는 빈도는 예전이 높았지만
한 발 떨어져 남의 삶을 들여다보는 빈도는
요즘이 더 높은 것 같습니다
소셜미디어를 끊은지 몇 년 됐는데,
브런치는 SNS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의 삶이 자꾸만 신경쓰입니다
괜히 댓글을 달아 보기도 하고
요즘 어떻게 사나 많이 아픈가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냥 걱정하는 게 아니라
너무너무 걱정합니다
가끔 다는 댓글은
사교가 전문분야가 아니라 그런지
뜻이 잘못 전달되기도 하고
저놈의 라이킷 버튼은
제발 이름 좀 못 바꾸나 하고
혼자 심통내기도 합니다
주말에 사촌동생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어머니의 삶은 어느 때보다 신경쓰이고
친척들의 관계도 어느 때보다 신경쓰입니다
이제 귀여움 최고봉 3.5등신의 막바지를 달리는
조카한테 빠져서 정신 못 차립니다
왜 삶과 표현이 모순되는가 했더니
아내와 둘이 너무 가까워진 나머지
다른 세상이 영화처럼 되어버린 게 아닌가 합니다
영화관에 둘만 앉아 남들의 삶을 그린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합니다
그냥
그렇게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