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의 대출이 종료되어 차량 근저당 설정 해지 관련 안내드립니다."
오늘 오후 반가운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드디어! 36개월 자동차 할부 대출이 끝났다는 내용이었다. 2018년 8월에 취업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차를 구매했었는데 벌써 3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게 실감이 안 나기도 했다.
새 차를 처음 받고 느끼는 설렘은 잠시뿐 운전을 시작하면서부터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노래를 틀 여유도 없었을 뿐더러 운전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될까봐 핸드폰은 비행기 모드로 해놓고 가방에 숨겨 두곤 했다. 운전을 한 게 후회가 됐던 적도 여럿 있었다. 운전을 시작하고 한 달도 안 돼서 뺑소니 사고를 겪었는데 이 사고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서에 갔던 일이 나의 짧은 운전 경력 중 가장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출근 전 아침 일찍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른쪽 차로에서 주행 중인 차가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침범해 내 차를 충돌했다. 나는 그 충격으로 핸들을 왼쪽으로 꺾으면서 중앙분리대를 '드르르르륽' 긁고 말았다. 상대 차는 그렇게 현장을 떠나버렸다.
이른 시간이라 도로가 한적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고 당시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우선 차에서 내려 어디선가 들은 대로 현장 사진을 최대한 많이 찍어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고 나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엄마한테 달려가 엉엉 울었다. 엄마는 안 다친 게 다행이라고 토닥였지만 나에게는 너무 큰 충격이었는지 세상이 떠나가도록 울었던 것 같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단 출근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 정신상태로 출근을 했는지 모르겠다. 신입사원의 패기로 가능하지 않았을까... 출근은 했지만 마음이 심란한 게 티가 났는지 결국 회사 선배들이 나의 상황을 알게 되었고 그분들의 도움으로 차근차근 사고에 대처해 나갔다.
우선 블랙박스에서 사고영상을 추출해 경찰서로 향했다. 전담 형사가 배치되었고 아침에 있었던 일을 되새기며 사고경위서를 작성했다. 당시 도로의 상황을 설명하고 사고가 난 순간을 최대한 자세하게 묘사해야 했다. 다행히 블랙박스 영상에 가해자 차량의 차종과 차량번호가 찍혀 가해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블랙박스 영상을 본 가해자는 자신의 과실이 100% 임을 인정하고 모든 대물, 대인 보상을 해주겠다고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가해 차량을 찾았고 또 그분이 과실임을 인정해주어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나의 경찰서 방문기를 친구들에게 종종 나의 무용담처럼 들려주곤 한다. 운전을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신고식을 치르고 어느덧 운전 경력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여러 우여곡절을 함께 겪은 만큼 차에 나의 애정도 깊어졌다. 그리고 오늘부로 나의 지분 100%, 말 그대로 내 차가 되었다. 더 이상 내 차가 다치는 일이 없도록 나의 운전길이 순탄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