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테니스 부부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한 지 어느새 3년이 지났다. 이제 막 테니스에 입문했을 때쯤 동네 테니스장에서 우연히 지나친 사람이 남편이 될 줄이야. 테니스에서 시작된 만남인지라 그와 교제하기 시작하면서는 테니스장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도 꽤 많아졌다.
그 당시 나는 테니스를 갓 시작한 단계였다. 남편은 10대를 테니스 선수생활에 바친 사람이기에 그때나 지금이나 테니스를 잘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런 배경 탓에 자연스럽게 남편과 나는 테니스에 있어서만큼은 가르치고 가르침을 받는 관계가 되었다. 같이 운동을 할 때 즐겁기만 하면 좋으련만 연애 초반에는 오히려 다툰 적이 많았다.
같이 테니스장에 가면 남편은 여러 면에서 코칭을 해줬다. 그립, 스윙 자세, 스텝부터 게임 매너까지 과외 아닌 과외를 받았다. 사실 나는 코칭받기를 바란 게 아니라 그저 같이 즐겁게 운동하고 싶었다. 다른 코치님한테 따로 레슨 받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은 코칭하는 게 습관이 된 건지 나에게 끊임없이 고쳐야 할 점을 알려줬다. 점점 남편과 같이 운동할 때마다 나에게는 훈계를 듣는, 피하고 싶은 시간이 되어버렸다.
하루는 남편과 같이 복식 파트너로 게임에 들어갔다. 게임 경험은 거의 없었지만 어느 정도 게임 운영방식은 알고 있었다. 조금 겁이 났지만 그래도 해봐야 실력이 늘지 않을까 싶었다.
"게임 시작할 때는 건너편에서 서브받는 사람과 '안녕하세요' 인사를 주고받고 시작하는 거야."
남편의 첫마디부터 불안했다. '나도 알거든?'이라고 남편한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남편은 그걸 느꼈는지 뜨끔해했다. 그러다 게임이 어느 정도 진행될 때쯤,
"건너편 상대방한테 공을 전달하려다 실수로 다른 쪽으로 넘어가면 '죄송합니다' 해야지."
"서브는 상대방이 보고 있을 때 넣는 거야."
그동안 쌓였던 게 터졌는지 결국 싸움이 되었다.
"아니 나도 눈치는 있는 사람이라고! 나도 보면서 다 배울 수 있어. 어린아이 훈계하듯이 하는 얘기를 들어야 돼?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최대한 화를 참으면서 말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이 생각까지 들었다.
다시는 너랑 같이 테니스 안 해!
결국 다음날까지 냉전이 이어졌다. 그래도 이 상황을 풀어야 하지 않겠나. 지금의 상황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
남편: 나는 네가 테니스를 잘했으면 좋겠어. 같이 게임도 많이 하고 싶고. 너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그렇게 관여를 한 거야.
나: 나도 그 마음은 알겠는데 표현방식이 잘못된 것 같아. 지적하듯이 말하지 말고 좀 부드럽게 말해주면 좋겠어.
일단 대화로 불편한 상황을 풀기는 했지만 당장 행동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그 이후로는 같이 테니스장에 가면 괜히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곤 했다. 그러던 중 나는 건강 문제로 테니스 레슨을 쉬게 되었다. 몇 달째 테니스를 쉬고 있으니 슬슬 다시 레슨을 받고 싶으면서도 주 4일 레슨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남편에게 제안을 했다.
나: 테니스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같이 공 쳐줄 수 있어?
남편: 그래! 좋지.
몇 달 만에 테니스를 다시 시작해서 그런지 마음가짐도 새로워지고 남편의 가르침에 너그러워졌다. 남편도 말투를 나도 모르게 바꾼 건지 남편의 말들이 납득이 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지적’보다는 ‘조언’처럼 느껴진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음에도 칭찬을 많이 해주다 보니 같이 운동하는 게 즐겁기도 하고 이제는 주말마다 같이 테니스 하는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가 됐다.
요즘은 남편과 팀이 되어 복식 게임도 기꺼이 한다. 포인트를 잃더라도 ‘실수해도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는 말로 서로를 응원하기도 한다. 얼마 전 남편과 복식팀으로 참여한 초보자를 위한 미니대회에서 1승 1패의 결과를 얻기도 했다. 머지않아 최고의 파트너가 되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만약 서로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있지만 다투는 일이 더 많다면 어딘가 소통의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내가 이전에 겪었던 것처럼 말이다(하하). 왜 다투는지 그 원인만 해결된다면 부부가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것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전과 달리 생각이 바뀐 지금은 부부가 함께 취미생활을 하는 건 정말 좋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