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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람 Jan 12. 2022

끝과 시작의 경계선에서

퇴사하고 대학원에 갑니다

D-day.


아침 부서회의시간, 얼떨결에 마지막 인사말을 하게 된 나는 부랴부랴 할 말들을 떠올리며 말을 시작했지만 첫 문장을 끝내기도 전에 울컥하고 말았다.


“지난 삼 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크흡)”


눈물이 쏟아질 거 같아서 몇 초간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스스로에게 제발 울지 말라며 감정을 달래고 나서야 겨우 인사를 마쳤다.


 직장은 여러모로 특별한 곳이었다. 학부  전공했던 분야를 도메인으로 삼고 있고, 학교를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는 곳이었고, 좋은 사람들 특히나 남편을 만나게  주었다는 점에서  삶에 정말  의미를 주었다.


직장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면서 한편으로는 나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내가 이 회사에서, 이 업계에서 평생을 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점점 하고 싶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머릿속으로 새로운 선택을 하고 그 결과를 상상하는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하곤 했다.


지금까지 나는 주어진 환경에 나를 맞춰가면서 살아왔다. 수능성적에 맞춰 전공을 선택했고, 전공에 맞춰서 직장을 선택했다. 당연하듯이 자연스럽게 흘러왔지만  번쯤은  흐름을  마음대로 다른 방향으로 틀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아직  나이 앞자리가 2에 머물고 있을  얼른 결단을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여러 고민 끝에 이제 나는 전공을 바꿔서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너는 충분히 그 선택을 할 자격이 있어, 너라면 무엇이든 잘 해낼 거야, 여기에는 너보다 늦은 나이에도 커리어 전환하려고 오는 사람 생각보다 많은걸, 하고 싶은 거 해야지’


라며 온갖 말로 나의 결정을 응원해주고 각자의 길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존재만으로도 새로운 선택에 대한 두려움은 생각보다 크진 않았다.




최악의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 되도록


학부 전공을 바꿔서 석사로 진학하는 터라 나름의 고민을 안고 교수님을 찾아뵀었다. 교수님은 나의 이야기를 듣고 당신의 옛 시절을 추억하시더니 말을 이어가셨다.


“사실 저도 한국에서 석사 졸업을 하고 나름 탄탄한 기업에 취업했는데 그런 안정적인 길을 버리고 박사 유학을 가는 건 그 당시에 최악의 선택이었어요. 굳이 안 해도 될 선택이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선택이 오히려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오랜 시간 쌓인 연륜에서 나오는 교수님의 잔잔한 미소 뒤로 무언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어떤 선택을 했을 때 그 선택이 최선이 될지 최악이 될지는 그 선택을 어떻게 책임지느냐에 달려있다고 말씀하신 게 아닐까.


퇴사라는 끝과 대학원 진학이라는 새로운 시작의 경계선에 서있는 요즘, 오랜만에 제대로 온전한 내 모습을 마주하고 있다. 이미 퇴사는 저질렀으니 내가 할 일은 이제 딱 하나. 내 선택에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 내 인생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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