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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린 Jul 22. 2021

들리지 않아도 괜찮아

#장애 딛기

  아침에는 상쾌한 공기와 함께 전날의 밝고 둥근달의 이채로움을 잊고 야밤에는 오색찬란한 빛을 가진 태양의 따스함을 잊는다. 숨 가쁘게 흐르는 도시의 일상은 우리들의 육체와 정신을 동시에 지치게 할뿐더러 돌아보면 흘러간 시간에 대한 미련과 후회할 여유조차도 없는 우리들은 마음의 안정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이게 내가 원하던 인생이었던가?

  학부시절에 늘 자신의 꿈을 위해 정신없이 앞을 달리다가 가끔 뒤돌아볼 때 이리저리 헤매어 찍힌 내 발자국들이 눈앞에 선명하게 안겨온다. 마치 그동안의 방황했던 장면들이 날 보며 비웃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과거, 현재, 미래의 문제가 한꺼번에 몰려 소용돌이치면서 이러한 불안들이 나의 내적 문제들을 쥐어뜯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런 일들이 닥쳐올 거라는 예상은 중학교 때부터 실감했다.

  청각이 남들보다 뒤떨어진 나는 일반초, 중, 고를 다니면서 보청기에 의지해 살아왔다. 나는 전혀 부끄럽게 여기지는 않았다. 시력이 안 좋으면 안경을 끼는 것처럼 나는 특별한 케이스라고 여겨왔었다. 그런데 중학교를 다니면서 또래 아이들이 점점 나를 괴롭히기 시작하면서 그때부터 들리기 시작했던 말들이 나에게 하나둘씩 상처를 주었다.

  "귀머거리"

  "넌 왜 살고 있니?"

  "널 키우는 부모님들은 머리에 뭐가 들어있니?"

  "너 이 세상에 살아갈 가치가 없어"

  "너 이러다 나중에 뭐 먹고 살아가니? 안 들리는 주제에"

  "..."

   10대들 아이들이 이런 가시 박힌 말들은 어디에서 배워왔는지 나는 그들이 참 미웠고 그 동기로 나는 그때부터 결심을 했다.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고. 그리고 동시에 앞으로 살면서 더더욱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을 했다. 학교에서도 이런 말을 듣는데 사회에서는 얼마나 더 많을까..

  그 후론 나는 내 갈길을 걸으면서 인성은 쉽고 조용하게 개발될 수 없음을 느끼고 시련과 고통의 경험을 통해서야만 영혼이 강해지고 야망이 고무됨을 깨달았다. 예를 들면 공부라는 단어가 너무 버거웠다. 처음 언어를 익힐 때부터 시작하여 초, 중, 고를 다니면서 항상 10순위에 들지 못했고 유일하게 성적이 중순 위에 들어서는 선생님 집안의 딸이었다. 그래서 고 3 마지막 1년은 정말 악으로 깡으로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공부로 하루를 시작하고 새벽 1시까지 공부로 끝나는 악착같이 울며 버텼더니 수능 날 처음으로 10순위에 들어섰고 우연곡절 하게 명문대를 붙었다. 그때 그 시절 지금 생각해도 울컥한다. 혜택도 없이 평범하게 일반 대학생들과 함께 똑같이 듣기 평가도 하고 모든 과목을 쳤으니 말이다.

  그렇게 대학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학교에서 위원으로 활동하고 또 좋아하는 전공이기 때문에 재미있게 수강하였다. 덕분에 성적들도 4년 내내 상순 위에 들어섰고  우수논문으로 선정되면서 졸업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부 지도 교수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언제부터 안 들렸어? 미리 알았더라면 내가 조금 더 챙길 수 있었는데.. 졸업생일 때 알아서 많이 놀랬다."

  그렇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동정심을 얻기 위함이 아닌 나 스스로 해 나가길 위해 내가 청력이 안 좋다는 것을 아무한테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티가 날 수 있을 텐데.. 다들 전부 몰랐었다고 하니 나 스스로도 좀 놀랐었다. 나는 운 좋게도 대학교 4학년 때 지도교수님의 추천으로 쉽게 직장을 구할 수 있었고 그리고 다시 고향에 돌아가 교사 직업을 택했다.

  교사 생활은 참 다산 다난했지만 인생의 목표를 밝게 비춰주고 등대이자 한걸음 물러서서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삶의 지혜인 좋은 교수님을 만나 지금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교사 생활을 접고 내가 원하는 대학원 길을 걷고 있다. 어쩌면 인생의 또 새로운 막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의 인생 가운데 "청각장애인"이라는 인식 때문에 시련과 고난이 많을 테지만 이젠 더 이상 두렵지 않고 더는 창피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히 나를 빛내고 싶다. 두터운 구름이 별들을 가려도 날이 밝고 다시 한밤중이 되면 자신들을 가렸던 구름들을 지나쳐 또다시 반짝이는 별들의 지혜로움을 닮고 싶다. 꿈을 그리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가듯이 오늘도  조용히 창밖을 기대며 내 마음을 속삭여본다.

 " 들리지 않아도 괜찮아. 넌 충분히 잘해왔었고 앞으로도 잘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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