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열등감을 터무니없이 많이 갖고 있었다
어려을 때부터 나는 유독 민감하고 예민한 편이다. 감정에 예민하고 촉감에 예민하고 시선과 반응에 예민한 아이였다. 그래서 부모님께서는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저를 케어하는 것이라고 했다. 유아기 때는 자주 보채서 힘들었고 유년기 때는 꼭 들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 때문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러다 사춘기 때는 반항기 때문에 힘들었다가 그 이후로는 편안해졌다고 우스갯소리로 하였다.
오직 내 것이라는 소유욕 때문에 친척동생들을 많이 울렸고 친척언니오빠들에게는 많이 맞았다. 어머니는 항상 “선우야, 그러면 안돼! 서로 나누고 누리는 거야.”라고 몇 번이나 경고했지만 나의 대답은 늘 “내가 왜!”였다. 그만큼 누군가가 내 물건, 내 옷, 내 책을 건드리거나 혹은 사용하면 나는 엄청 울어버린다. 한 번은 설날 때 내가 애용하는 숟가락이 친척동생이 쓰는 걸 보고 엄청 울면서 떼를 부리다가 아빠한테 크게 혼났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론 그 버릇이 고쳐졌지만 내 마음의 욕심은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강화되었다.
그렇게 성장하면서 소유욕이 점점 자격지심으로 변해버렸다. 성적이 못 나왔을 때 “내가 왜 이 정도밖에 못 맞았지?”,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발견하면 “내가 왜 이 사람보다 뚱뚱하지?”, 피아노콩쿠르에 가면 “내가 왜 이 사람보다 부족하게 느껴지지?”, 좋아하는 오빠가 다른 친구를 좋아하면 “내가 얘보다 안 이쁜가? 아, 내가 청각이 안 들려서 그런가?”그런 마음이 종종 생긴다. 그러다 자기 자신이 미워지고 싫어지게 되면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두 달 동안 매일매일 시험점수를 높이겠다고 3시간 자고 일어나 공식개념을 하나라도 외우려고 공부를 한다거나 4일 동안 음식 없이 물로만 버틴다거나 연주악보를 보면서 12시간 동안 연습을 한다거나 언어치료를 받고 매일매일 40분씩 각을 잡고 발음을 연습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과정 사이사이에 많이 울고 지치고 많이 아파하고 많이 분노했었다. 지금 생각을 해보면 과거의 나 자신에게 너무 미안할 정도로 안쓰러웠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자신을 몰아넣는 행동을 보면서 어느 하루 어머니가 나더러 여행을 다녀오는 게 어떠냐고 제의를 던져주셨다. 마침 운 좋게 여행프로젝트신청에 합격이 돼서 그 팀들과 같이 2달간 여행을 떠났다. 2달간 서로 부대끼며 살고 서로 나누고 서로 같이 누리면서 사는 공동체가 타인의 비교 속에 살고 있는 저에게는 엄청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제 자신에게 한계가 오기 시작하면서 내가 모르는 내 밑바닥이 드러내고 말았다. 그렇다. 나는 열등감을 터무니없이 많이 갖고 있었다. 나 스스로에게는 추악하고 못된 짓인 줄로만 알았던 열등감이 결국은 나를 지키려고 했던 방어기제였던 것이었고 나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와 특별함에 대한 강한 열망 때문에 내가 더 많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느끼는 비현실적인 욕구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게 헛되다는 것을 그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이 여행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일수도..
그 후부터 나는 남을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또 괜한 열등감을 불러일으켜 나를 힘들게 하자니 그러기는 싫고 그럴 체력도 없으니 아예 시선에 집중하지 말자는 나 자신과의 협상이었다. 그리고 나를 더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결심하였다. 과거의 나보다 더 유연하게, 과거의 나보다 더 성숙되게, 과거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꾸준히 노력하자는 마인드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다.
열등감, 가만히 돌아보면 타인의 시선으로는 사소하지만 나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사소하지 않다. 열등감 덕분에 나에게 인간적인 면을 갖추게 해 주었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 작은 것들이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 열등감이라는 사소한 감정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오늘도 이 글을 쓰면서 깨닫는다.
열등감아.. 나에게 와줘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널 놓아버려서 너무 후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