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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지은 May 20. 2024

감성의 도시 교토(Kyoto)

일본여행 3


일정표를 보니, 하루 일정이 그야말로 빡빡하다. 다행히 날씨는 맑았다. 도착 한 곳은 기요미즈데라(Kiyomizu-dera. 청수사). 물이 맑은 절, 이라는 뜻으로 오토가와산의 북법상종의 총본산 사찰이자 교토의 대표 관광지. 778년 당대의 권력자였던 사카노우에노 다무라마로 가 창건했다. 입구는 신사처럼 주홍색으로 장식된 있고,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사찰이 나왔다. 사찰인지 신사인지 구분이 잘 안 되었다.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일본엔 신사와 사찰이 공존하는 곳이 꽤 많다고 한다. 부처도, 그들이 믿은 자잘한 신도 복을 빌어 주는 데는 구분이 없을 테니까. 청수사는 긴 역사를 통해 여러 번 화재로 소실되기도 했지만 1633년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츠에 의해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다. 건축물의 지붕이 독특한데 노송나무껍질을 아주 얇게 만들어 촘촘하게 붙인 것이다. 본당 건설에는 못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본당의 높은기둥들은 홈을 파 서로를 얽히게 만들었다. 또한 본당의 무대 난간에서 뛰어내린 후 살아남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통계에 따르면 뛰어내린 후 생존 확률은 80% 정도, 현재는 ‘기요미즈데라의 무대에서 뛰어내린다’라고 하면 그만큼 죽을 각오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청수사로 올라가는 길에는 기모노를 대여해 주는 가게들이 많았는데, 기모노를 입은 외국 관광객들이 꽤 많았다. 인파에 밀려 사찰을 벗어나면 앞에서 만나는 뛰어난 자연경관. 자연 초록의 향연들을 이룬다. 지기 시작한 벚꽃들과 연초록의 잎이 가득한 단풍나무들. 가을색도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보며 숲길을 내려온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산넨자카(Sannenzaka)와 니넨자카(Ninenzaka) 일본의 계단식 좁은 골목길. 전통가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여행객에 떠 밀리듯 다녔던 좁은 골목. 중국어와 한국어가 대부분이었다면 너무 과장된 걸까.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계단으로 이어지는 비탈길과 일본식 구옥들이 어우러지며 만들어 내는 일본식 아름다움. 일본의 중요 건축물 보존 지구이다. 선물가게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던 우리들은 일찍 모이는 장소에 도착 다. 그곳에서 만났던 기타를 치는 노인. 팁을 받을 모자를 앞에 놓고 옛 팝송을 부른다. 존 덴버의 노래가 메들리로 이어지고 그의 가창력에 박수를 보내며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후시미 이나리신사(Fushimi Inari-taisha Shrine). 이곳에서 모시는 신은 여우. 신사 곳곳에 여우의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다. 토리이(신사의 문)인 주홍색의 터널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길로 유명하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서 아역 배우가 토리이 길을 뛰어가는 장면으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토리이 길은 신사 뒤쪽의 산으로 이어져 있고 한 바퀴를 다 도는 데는 한나절이 소요된다고 한다. 우린 중간 즈음에서 내려왔다. 올라갈 때 보이지 않던 글자들이 내려올 때 보이는 것이 신기하다.

점심 식사로 일본 대표음식인 소바를 먹고 다음 장소로 옮긴다. 다음 방문지는 노노미야신사(Nonomiya Shrine). 여기서 모시는 신은 사랑과 진학의 신. 신사 안쪽에 동전을 올려놓고 기도하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원하는 학교에 진학을 할 수도 있단다. 신사의 규모는 작지만 사랑을 막 시작한 연인들이 즐겨 찾는 장소.

이어 치쿠린(Arashiyama bamboo forest). 대나무 숲, 단양의 죽림원에 비해 규모가 작아서 살짝 실망. 좁은 대나무 숲길은 흔들리며 바삭거리는 소리로 숲의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좁은 길엔 인력거로 지나는 여행객들도 있어 여행을 왔었을 때는 이런 호사도 누려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대나무 숲 속에서 잠시 여유 있은 시간을 보내고.

도게츠교(Togetsu Bridge 도월교)로 향한다. 밤에 떠오르는 달이 마치 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 아래로 흐르는 카쓰라 강은 강의 유속은 빠르고 강의 폭도 제법 넓었다. 산 아래 위치한 다리는 주위의 풍광들과 어우러지는 풍경이 워낙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도게츠 교를 걸으며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잃었다.

드디어 일본 관서 지방의 마지막 코스다. 샤부샤부 정식이 준비되어 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날 관동지방의 대표 도시이며 일본의 수도인 동경 쪽으로 갈 준비를 한다. 아직 남아 있던 사케는 짐에 넣어 부치기로 하고 다음 날 아침은 호텔 조식. 공항으로 이동하여 우리 4명만 국내선을 탑승하여 도쿄(Tokyo) 나리타 공항으로 떠난다.


처음 가보는 일본 여행이어서 기대를 많이 했다. 대충 둘러본 곳들이지만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일본은 정결했고, 질서가 있었고, 어디서나 친절했다. 영어도 한국어도 잘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일본 거리를 걷는다. 담배꽁초 하나 없는 깨끗한 거리. 잘 정돈된 집 앞의 정원들.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버린다는 책임감, 누구에게도 신세를 안 진다는 필요 이상의 독립성.


일본인들에게 신은 어떤 의미일까? 가는 곳곳에 모셔진 크고 작은 신들. 자신의 안위와 마음의 평화를 위한 곳들. 기도하는 자세가 되어 바라보는 세상은 살만 했을까? 생각은 많아지고 그들의 질서와 청결과 양보와 서비스에 감탄하며 일본의 관동 지방에는 또 어떤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다음 장소로 향한다. ‘생각보다 훨씬 배울 것이 많은 나라 같네’라는 한마디 친구에게 건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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