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르름 Oct 20. 2024

그리움을 살아내기

흉터가 되라. 어떤 것을 살아 낸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흉터가 되라.

어떤 것을 살아 낸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 네이이라 와히드, <흉터> -


생전 처음으로 상처를 꿰맸다. 살점이 좀 파이긴 했지만 별일 없을 거라 소독하고 밴드만 바꾸기를 며칠, 여전히 새살이 돋지 않자 나는 병원을 찾았다. 계속 이렇게 처치해도 된다는 확신을 바랐던 것뿐인데 막상 병원에서 들은 말은 이렇게 두면 잘 안 나을 것이니 꿰매야겠다는 것이었다. 마취부터 항생제 주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뒷걸음질 쳤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꿰매는 것은 아프지만 봉합하지 않으면 상처는 빨리 낫지 않는다. 밴드를 떼는 것은 아프지만 벗겨내지 않으면 새살이 늦게 돋는다.


흉터를 줄이기 위해 습윤 밴드를 붙이던 것이 오히려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었다. 문득 주말에 읽은 이 시가 생각났다. 흉터가 되라는, 살아낸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시. 또 하나의 살아낸 증거가 생겼구나. 지금의 상처가 나에게 남긴 것은 아픔뿐만은 아닐 것이다. 여러 사람의 도움 덕분에 내 상처는 다시 아물고 있다. 그리고 소중한 존재들을 위해 왜 다시 힘을 내고 일어서야 하는지 일깨워 주었다. 다시 주위를 돌아보면 내 주변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함께 있을 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보고 싶은 마음은 생생함 그대로 켜켜이 저장해서 정말 필요할 때 힘이 되어주도록 하자. 값싼 감상보다 진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작가의 이전글 변화무쌍해서 더 찬란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