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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말

by 금은달

'당신은 있는 그대로도 괜찮은 사람이다. 지금도 충분히 좋다.'
라는 말은 목에 걸린 가시 같다. 삼킬 수도 없고 쉽게 빠지지도 않는.

믿고 싶지만 믿을 수 없다. 마음 한구석의 내가 말한다.
'지금도 충분하다니 거짓말.'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다니 위선이잖아.'
'이렇게 엉망이고 이렇게 못났고 이렇게 약한데.
속지 마, 넘어가지 마. 아무도 널 안 사랑해. 아무것도 괜찮지 않아. 아직도 부족해, 지금도 모자라.'

나는 나를 믿지 않는다. 사랑하지도 않는다. 그저 말라죽기만을 기다리는 사막의 나무처럼 나는 내 마음을 태우기만 한다.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조건이 필요하다면, 퀘스트를 수행하고 미션을 달성해야 하는 것이라면, 끝도 없다.

나는 나를 사랑해야 한다. 나를 믿어야 한다. 도무지 예쁜 구석이란 하나도 없고 더럽게 말도 안 들으며 도대체 커서 뭐가 될까 싶은 나를, 나의 부모님은 무조건 사랑해 주었다. 사랑과 비슷한 말이 헌신인 까닭은 무조건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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