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랑, 공주의 남자 (1)
덕혜옹주 - 마지막 황녀의 비운
by 사립탐정 진 앤 송 Feb 13. 2026
본 탐정이 아직 초등학생이었던 1996년에 TV에서 특집으로 해주는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물론 당시에 나이도 어렸고 그 드라마도 딱딱한 사극이라 제대로 보지는 못했는데 기억나는 장면은 주인공이 대한제국의 공주였고 어릴 때부터 일본으로 끌려가 학교를 다니면서 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며 고생하다가 나중에는 아주 포악하고 인성쓰레기 같은 남자와 강제로 결혼하여 더욱 고생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일꾼들과 함께 텃밭?에서 일하고 있던 공주를 남편이 강제로 끌고 가서 건드리는 장면은 요즘에도 <부부강간>이라 하여 범죄로 치는데 어떻게 공주님이 저런 비참한 지경까지 당하나 싶어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좀 커서 찾아보니 그 드라마 제목이 <덕혜>였고 이것이 본 탐정이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에 대해서 처음으로 알게 된 계기였습니다.
한 왕조가 저물어 갈 때 <마지막> 타이틀이 붙는 사람들은 다들 파란만장한데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 러시아의 마지막 차르 니콜라이 2세 등이 그렇습니다. 그런 데다가 공주라는 희소성까지 붙은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는 상당히 괜찮은 콘텐츠가 되었던 터라 드라마와 연극은 물론 영화와 소설까지 나왔습니다.
베스트셀러가 된 권비영 작가의 소설 <덕혜옹주>는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일제강점기 내내 잊혔던 덕혜옹주의 인생과 발자취를 순전히 혼자 힘으로, 발로 뛰어가며 파헤치고 찾아낸 일본 여성작가 혼마 야스코의 저서 <도쿠에 히메德惠姬>를 대거 표절한 작품입니다.
(혼마 야스코 선생의 노력이 없었다면 덕혜옹주가 어떻게 살아갔는지 그 인생 경로는 아무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언필칭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라 하면서 그분의 인생을 조명하는 노력을 일본 학자에게 빚졌다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자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배우 손예진ㆍ박해일 씨 주연의 영화 <덕혜옹주>는 잘 아시다시피 역사적 사실과는 전혀 상관없는 픽션의 극치를 달려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리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고종 황제의 늦둥이 딸로 태어나 금지옥엽으로 자라던 공주가 일제강점기를 맞닥뜨린 죄로 일본으로 향하고 고생하다가 노년기에 귀국하여 은둔 생활을 보냈다는 것은 누구라도 안타까워하고 애석해할 스토리입니다.
(공주라 아니라 <옹주>인 이유는 후궁의 소생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덕혜옹주에게 향하고 있을 때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고 관심조차 없지만 알고 보면 덕혜옹주의 인생 스토리에서 가장 고생했던 진짜 <시대의 희생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운명과 마주쳐 조용히 순응했고 그러면서도 덕혜옹주에게 가려져 철저히 그림자로 묻혔으며 당대에는 온갖 악명으로 매도되어 조선인들로부터 욕이란 욕은 다 먹어야 했던, 바로 덕혜옹주의 남편이자 우리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외국인 부마였던 소 다케유키 백작입니다. (* 부마 → 공주의 남편, 국왕의 사위)
우리말로는 <종무지 백작>이라고도 하는 소 다케유키 백작은 대마도주, 즉 쓰시마 섬 영주 가문의 후손으로 메이지 유신 이후 화족으로 편입되어 백작 작위를 받았으며 원래는 아버지가 처댁의 데릴사위로 갔기 때문에 어머니 성을 따라 <구로다 다케유키>라고 했다가 본가의 대가 끊길 상황이 되자 다시 <소 다케유키>로 복귀했습니다.
덕혜옹주보다 4살 연상이었던 소 백작은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고아로 지내며 일본 황후의 오빠인 구죠 공작의 후원을 받았는데 1923년에 백작 작위를 승계하고 도쿄대학 영문과를 졸업하며 영어ㆍ라틴어ㆍ그리스어ㆍ이태리어에 통달한 엄청난 인텔리였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도 이 정도면 엘리트라서 당시 기준으로는 상상 못 할 에이스라 할 만한데 그런 그의 인생이 "꼬이게 된" 것은 1931년, 덕혜옹주의 결혼상대로 정해지면서부터였습니다.
나중 일이지만 덕혜옹주가 일본인과 결혼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선의 공주가 일본의 일개 백작과 결혼하는 것 자체에 조선 민중들은 딥 빡침을 느꼈고 궁녀들은 소 다케유키 백작에 대해 온갖 가짜 뉴스들을 퍼뜨렸으니 이런 내용들입니다.
1. 대마도 영주는커녕, 그냥 천한 대마도 농장주인데 덕혜옹주를 강제 결혼시키려고 백작 칭호만 급조해 달아 준 것이다.
2. 애꾸눈에 키도 작고 아주 추하게 생겼으며 교양이나 인성 같은 것은 밥 말아먹은 인간 말종이라 덕혜옹주를 쥐 잡듯이 두들겨 패고 짓밟아 유산을 시키기도 했다.
3. 덕혜옹주는 남편에게 겁탈을 당해 딸을 출산했고 남편에게 하도 잔인하게 폭행을 당해 실어증까지 생기고 공포에 떨었다.
이 소문이 절반 아니라 10%만 진짜라도 천하의 개쌍놈인데 과연 소 다케유키 백작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그리고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라는 고귀하신 분과 결혼했는데 당연히 영광으로 알아야지 본 탐정은 왜 그의 인생이 <꼬였다>고 평하는지 다음 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 2부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