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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Jan 14. 2022

교토 京都 N 초등학교 1

 “일본에 가서 중·고등학교 다도 茶道 동아리에 대해 사례조사를 해 보세요.”

 

 지도교수님의 짧은 조언으로 졸업논문의 주제가 정해지려는 순간이었다. 

 교육대학원에서 일어 교육을 전공하게 된 후, 쉽지 않은 여정이 펼쳐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 했지만, 인생이란 원래 이런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가보지 않고 고생을 피하려 한다면 아까운 선물을 놓치고 만다는 것을.

 

 교생실습은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영어 과목으로 일본 교토에 있는 국제학교 중학교 3학년을 맡았었다. 태풍으로 수업 시연은 한 번만 했는데, 역시 자신감 부족으로 어려웠다. 그 시절은 그렇게 지나가고, 두 번째로 맡은 일본어 과목은 그동안 쌓인 경험과 유치원생 아이가 있는 학부모 입장도 있어 편안했다. 이번에도 중학교 3학년. 아직 어린아이 같은 점이 보여 귀여웠다. 서울 인헌 중학교라는 곳이었는데, 아이들이 오히려 날 걱정하며 편지를 써 준 것이 기억난다. 

 

 “선생님, 임용고시 붙어서 꼭 일본어 선생님 되세요!”라고 말이다. 


  난 그때까지 대학원을 마치는 것만이 목표였다. 이제 내년이면 아이도 초등학생이 되고, 남편도 해외 출장이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보다 

교수법을 익히거나, 일본어 관련 자격증을 받아서 문화센터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C 대학을 산책하다, 학생과에 들러 상담을 했는데 그 길이 교육대학원이 되고, 이제 졸업논문만 남은 것이다.

 

 그런데 지도교수님의 조언대로 일본 중·고등학교에 메일로 연락을 하여 다도 동아리에 대해 문의해보았지만, 단 한 통의 답장도 오지 않았다. 일본 중·고등학교에 계시는 은사님께 여쭈어보니,

 

 “MAY를 도와주고 싶지만 실은 우리 학교에 있던 다도 茶道 동아리도 없어졌어요. 요즘 일본 젊은 층이 전통문화를 소중히 하지 않아요.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도 부족하고. 저도 과로로 몸이 안 좋아 병원에 입원했었어요. 교육자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아요.”

 

 전에 교생실습으로 갔던 학교의 선생님 말씀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동기들은 논문과 임용고시 공부도 하고 있다는데, 나는 8월 말이 되어도 답장이 안 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다도 공부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토 京都 N 초등학교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교토 京都 N 초등학교는 일본 교토에 있는 가톨릭 사립초등학교로, 동아리가 아닌 교육 과정에 다도 교육이 있다고 한다. 분명 나는 중·고등학교 동아리를 물어볼 요량으로 메일을 보낸 것인데, 나의 메일을 받은 N 중학교에서 더 좋은 곳을 찾아 친절히 연락해 주다니. 


 똑똑.

 

 교토 京都 N 초등학교 교장실 앞에서 노크했다. 다도 茶道 담당자인 M 씨는 다도 교육에 관한 논문을 쓰기 위한 설문지 조사는 교장 선생님의 허락이 떨어져야 한단다. 그래서 M 씨의 메일을 받고, 한국에서 일본까지 온 것이고 곧 있을 교장 선생님과  만남은 논문의 운명을 정할 것이다. 

 

 노크하자, 소리가 들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불은 꺼져 있고, 교장 선생님이 앉아 있어야 할 멋진 의자는 텅 비어있다. 나의 시선은 잠시 교장실 칸막이 뒤에서 나오는 키 작은 청소부 할머니한테 멈추었다. 할머니는 누추한 하얀 작업복을 입고 빗자루로 청소를 하고 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한국에서 오셨나요?”

 

  “네에...”

 

 “아이고 내가 소식을 듣고 기다리다 잠깐 청소를 하고 있었어요. 옷 갈아입고 갈 테니, 잠시 소파에 앉아 기다려 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것은 이 할머니가 혹시 교장 선생님이라는 건가? 내가 알고 있던 교장 선생님의 이미지와 너무 달라 놀랐다. 그리고 내가 올 것을 알고 계신다는 것도.

 

 “다도 교육에 관해 설문조사를 하고 싶다고 하셨죠? 혹시 서울에 G 초등학교 아시나요? 가톨릭 학교로 꽤 오랫동안 우리 학교와 자매결연을 하고 있었어요. 전 G 초등학교를 너무 좋아했지요. 그런데 G 초등학교가 이젠 우리와 자매결연을 할 수 없다고 하네요. 마음이 아팠는데 MAY 씨가 와 주었어요. 한국에 우리 N 초등학교를 좋게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동화에 나오는 노파같이 생긴 교토 京都 N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한국의 G 초등학교의 선행 善行으로 나에게 졸업논문의 설문지를 허락해 주신 것이다. (*)



                                                                                                                   2022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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