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HE Feb 07. 2022

사바아사나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자연스럽게 호흡하세요.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자연스럽게 호흡하세요. 1시간 동안 수고한 근육을 이완합니다.”



1시간 동안의 요가 수업이 끝나면 잔잔한 음악과 함께 ‘사바아사나’ 자세를 취하며 매트 위에 눕는다. 송장을 뜻하는 sava 와 자세를 뜻하는 asana 가 합쳐진 사바아사나는 유독 힘들었던 날 더욱 기다려지는 자세이다.



사바아사나를 막 시작했을 때 사람들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그날의 운동 강도가 어땠는지 알 수 있다. 빈야사 혹은 아쉬탕가와 같은 고강도의 플로우를 반복했을 때에는 매트에 누워 거칠게 몰아쉬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들린다. 점차 정돈되는 호흡 속에서 나 또한 숨을 고르며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뿌듯한 생각에 기분 좋게 사바아사나를 즐긴다.



때론 조용한 노래 사이로 누군가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갈까 말까 수십 번 고민하며 찾았을 요가원일 테니 코골이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 준다. 한 번은 함께 사바아사나를 하던 선생님이 잠든 적이 있었다. 평소 수강생들이 사바아사나를 하는 동안 앉아 계시던 선생님이었는데, 그날따라 피곤했는지 매트 위에 함께 누워계셨다. 그리고 평소보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다들 이상하다 생각이 들었는지 나를 포함한 몇 사람이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살펴보았다. 선생님은 수강생들의 뒤척임도 듣지 못한 채 잠에 빠져 있었고, 옆자리에 자리를 잡은 수강생이 깨우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급히 일어났다. 선생님은 민망해했지만, 나는 평소 내가 따라 하기 어려운 동작을 척척 해내던 낯선 선생님의 새로운 모습을 본 것 같아서 친근한 기분이 들었다.



직장인이 된 지금은 저녁 시간에 수업을 듣지만 대학생 때는 오전 수업에도 자주 참여했다. 소등을 하면 잠들기 딱 좋은 저녁 시간과 달리, 오전 수업의 사바아사나는 따뜻한 햇살과 함께 한다. 땀을 흘린 후 편하게 누운 몸 위로 비추는 따스한 햇살을 느낄 때면 긴장이 풀리고 수업 오기 전까지 바쁘고 어지럽던 머릿 속도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따뜻한 빛이 들어오는 요가원은 조용하고 평화롭다.



가끔 몸이 너무 지치는 날에는 ‘선생님, 사바아사나는 언제 하죠!’라는 외침이 입가를 맴돈다. 요가를 하는 도중엔 시계를 볼 수 없으니 도통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힘든데, 이쯤이면 50분은 지난 것 같은데 또다시 다운 독이라뇨?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지 몇 번의 동작들을 더 반복하다 천장을 보고 등을 바닥에 대는 순간이 오면 그제야 끝났구나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주말에 집에서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요가를 한 후에도 나는 꼭 사바아사나를 한다. 그것이 20분짜리 수련이었더라도 사바아사나가 빠지면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섭섭한 기분이다. 편안히 누워 음악을 듣고 있으면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자, 이제 글을 하나 썼으니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워 나만의 사바아사나를 즐겨봐야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