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꿈꾸기 전에 꼭 알아야 하는 특허 실무
"어! 내가 몇 년 전에 생각했던 건데!"
생각했던 제품을 다른 사람이 출시하면, 대부분 자신이 원조였다고 말한다. 아이디어는 두 가지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하여야 진짜다.
첫째, 직접 사업하던가.
둘째, 아이디어를 팔던가.
아이디어 하나로 대박 났다는 말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 위의 둘 중 하나라도 해내야 한다.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검증되지 않은 자신의 희망일 뿐이다. 세상에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한 그 사람은 둘 중 하나를 해낸 것이다.
아이디어의 상용화 과정은 쉽지 않다. 제품을 설계한다. 시제품을 만든다. 제조 설비 업체와 계약한 후, 출시하는 절차를 밟는다.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서비스라면 기획을 하고, 프로그램 개발 과정을 거친다. 테스트 후, 시장에 선보인다. 짧게 적었지만, 무수히 많은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 아이디어가 해당 사업의 시작이 될 수는 있어도,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직접 사업을 하기 어려우니, 아이디어를 팔아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디어를 파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아이디어 거래 플랫폼이 생겼다가 없어졌다를 반복한다. 최근에도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는 아이디어 거래 플랫폼이 오픈했다. 이 플랫폼의 성공을 희망하지만 성공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구매자에게 아이디어를 돈 받고 팔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B씨의 아이디어를 T씨가 1억 원에 구매했다. T씨는 1억 원의 비용이 지출되었고 제품 가격에 반영했다. 그런데, S씨가 동일한 모방품을 반값에 출시했다. S씨는 비용이 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싸게 팔 수 있다. 소비자는 저렴한 S씨 제품을 구매한다. T씨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T씨가 S씨에게 행할 수 있는 권리가 딱히 없다. B씨는 1억을 벌었지만, T씨는 고스란히 그 손해를 본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는 미련한 T씨를 찾아야만 아이디어를 팔 수 있다. 아이디어 자체를 판매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아이디어를 말했는데 T씨가 이미 생각하고 있던 것이면 서로 곤란하다. 듣고 보니, 다른 사람이 이미 생각했던 것이면 얼마를 받아야 할까. 보상을 받을 수나 있을지 기준이 모호하다. 아이디어를 판매하는 것은 특허로 권리화가 되지 않는 한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특허권 매각이 쉽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해서는 안 된다. 많은 아이디어가 직접 사업하는 것이 수익 면에서 빠르다.
이제, 특허권을 확보했다는 가정으로 이야기해보자.
주소 1) 강원도 원주시 : 소유주 신혜
주소 2) 대전광역시 서구 청사로 189 정부대전청사 4동 : 소유주 영철
주소 1의 강원도 원주시 주인은 신혜이다. 여주에서 강릉을 가려면 뻥 뚫린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빠르다. 이때, 원주시를 통과해야 한다. 넓은 원주시 중 어디라도 통과하면 신혜의 땅을 침범하는 행위다. 신혜는 자신의 땅을 통과하는 자에게 통행세를 받을 수 있다. 원주를 피해서 돌아가는 주행료가 통행세보다 비싸면 기꺼이 통행세를 내게 된다. 넓은 땅을 갖고 있으면 웬만하면 침범이다. 침범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번거로움도 없다.
넓은 권리를 갖는 특허는 웬만하면 침해이므로 침해 여부를 가늠하기 쉽다. 경쟁자는 이 특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설사,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더라도 이를 위해서 많은 연구비가 필요하다. 특허 사용료가 예상 연구비보다 싸다면 기꺼이 특허 사용료를 지불한다. 그렇게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된다.
주소 2의 영철은 정부대전청사 4동의 주인이다. 옆 동인 3동에 철수가 들어갔다면, 영철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영철은 자신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했다며 화를 낸다. 철수를 잡아 법의 뜨거운 맛을 보여 달라고 경찰에게 부탁한다. 경찰은 철수가 침범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자신 소유의 3동에 들어간 것이라며 영철을 이상한 사람 취급한다. 영철은 더 화가 난다. 돈을 많이 들여서라도,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우리는 영철을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의 주소지도 모른 채 지나친 권리를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이상한 일이 특허에서는 종종 발생한다. 영철이 자신의 집 주소가 3동인지, 4동인지를 모르는 것처럼, 본인이 보유한 특허의 권리 범위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영철이 3동까지 자신의 소유라고 오해하는 원인에 몇 가지 가능성이 있다.
먼저, 기술과 특허의 미스매칭 가능성이다. 영철은 특허 대리인에게 3동을 설명했지만, 대리인이 4동으로 오해했다. 영철은 기술을 잘 아는 대신 청구항을 읽을 수 없었다. 대리인은 특허를 잘 알지만,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영철의 설명을 통해 3동으로 잘못 기재하고, 영철은 청구항을 읽을 수가 없기 때문에 검토 없이 그대로 제출된 것이다. 영철은 알고 대리인은 모르는 기술 영역. 반대로, 대리인은 알고 영철은 모르는 특허 영역. 이 공백으로 인해 엉뚱한 특허를 등록받았다. 영철은 자신의 특허가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3동도 본인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특허 신청 전에 먼저 공개된 내용이 있어서 3동은 거절되고 4동만 등록된 경우이다. 특허 신청을 특허 출원이라고 표현한다. 먼저 공개된 내용을 선행문헌, 혹은 선행기술이라고도 한다. 이 선행문헌 때문에 3동은 특허로 등록이 불가능했다. 대리인은 특허 등록을 위해 3동 부분은 삭제하고, 4동만 등록했다. 이 경우, 영철에게 3동의 권리는 없다. 내막을 알 수 없던 영철은 3동도 자신의 것으로 오해한다.
셋째, 영철이 대리인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3동을 누락한 경우이다. 대리인이 당연히 알 것으로 생각하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 설명하지 않았다. 그것이 청구항에 그대로 반영되는 경우이다.
나는 영철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 본인의 기대와 다른 엉뚱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화부터 내지 말고, 내 권리 범위가 얼만큼인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아이디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타당하게 대응하자. 결국, 화내는 것은 어떤 경우든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