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팀 센카와 고등학교의 에이스 쿠니미 히로와 전통의 강팀 메이와 고등학교의 4번 타자 타치바나 히데오는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함께해온 친구이지만, 히로의 소꿉친구 히카리를 사이에 둔 연적이기도 하다. 여기에 히로를 좋아하는 센카와 고등학교 야구부의 매니저 하루카까지 더해진 네 명 사이에서, 야구와 연애 모두를 놓고 흥미로운 경기들이 이어진다.
<H2>의 주인공들은 과할 정도로 부족함이 없다. 원하는 대로 결과를 얻는 히로와 히데오의 압도적인 야구 실력도 실력이지만, 넷 모두가 가진 배려심 넘치는 성격이나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만화 주인공다운 외모도 그렇다. 완벽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읽을 때는 거리감부터 느끼기 때문에,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된 이후에는 흔히 읽듯 연애 만화로 읽기보다는 야구 만화 면에서 읽게 되었다.
이야기의 무대는 일본 고교야구 최대의 행사인 고시엔이다. 강팀 메이와조차 작중 본선 진출을 실패할 정도로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 야구부가 모이는 중요한 대회이며, 일본 전역의 관심이 쏠려있는 축제이기도 하다. 고시엔이 다른 스포츠 이벤트보다도, 특히 일본 프로야구의 재팬 시리즈보다도 흥미를 끄는 것은 앞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10대 학생이 온몸을 바쳐 학교를 우승시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선수의 미래를 고려하는 지금 시대에는 갈수록 비판이 커지며 선수를 보호하는 쪽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어떤 일이든 몸을 던지는 일이 있어야 더 깊은 인상을 남기며 오래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다.
고시엔이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선수들과 감독 모두의 목표가 프로야구 지명 같은 다음 단계가 아니라 고시엔 우승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후에 야구 선수로 나아가는 것은 나중에 고려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대회를 운동선수로서의 마지막 순간으로 여기며, 부족한 전력에서도 최대한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무리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평범함이 비범함을 이겨내기도 한다.
<H2> - 키네 류타로의 완투승
그래서 주인공인 히데오나 히로의 활약보다도 키네가 처음으로 고시엔에 선발투수로 나와 완투승을 한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줄곧 다른 등장인물들에게 겉으로 무시당하고, 작가마저 웃음을 주기 위한 조연으로 활용하던 키네는 히데오와 히로가 맞붙기 바로 직전 경기에 히로의 체력을 아끼기 위해 선발투수로 등판한다. 이전까지 등판할 기회가 거의 없음에도 매일 같이 투구까지 연습했던 키네는 모두의 기대를 넘어 완투승을 거둔다. 사람을 한계까지 몰아붙여 결과를 얻어내는 고시엔의 스타일에 가장 들어맞는 장면이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평범한 인물이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장면이기에 여운을 남겼다. 조연의 자리에 있던 키네가 다른 누구보다 빛나는 자리에 있을 때 스포츠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을 얻었다.
짧은 기간 열정을 가지고 몰아치는 삶과 가늘고 길게 오래 살아가는 삶 중에 흔히 고민하는데, 이는 주인공들의 선택지에서는 기본적으로 빠져 있다. 일단 경기에 나서서 이기는 것을 더 중시하는 캐릭터들은 당장의 모습이 굵은지 가는지는 신경 쓰지도 않은 채 몰아치는 데에 집중하고, 결과적으로 전자가 되어 굵직한 장면들을 남긴다. 프로야구를 볼 때는 앞장서서 욕했던 선수의 혹사가 만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열정으로 읽혔는데, 그게 방식으로 재밌게 읽힌 것은 현재로서는 인물들처럼 달릴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최근에 스스로가 가늘고 긴 삶을 선호한다고 생각했지만, 전자가 될 자신이 없어서 후자를 선택한 듯하다. 타임아웃 없는 스포츠로서 야구가 명장면을 쌓아가듯, 아직 부족한 목표와 열정이 끝이 정해지지 않은 남은 시간 동안 생겨나길 기대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