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시 본 영화 <라라랜드(2016)>
이 영화를 10년 전에 보았을 땐 연애 영화라고 생각했다. 당시 이 영화를 같이 보았던 남자는 미아를 이해할 수 없다며, 그녀가 기회주의자에 가깝다고 비난했다. 그 말에 백 프로 동의할 순 없었지만, 나 역시 아주 미묘하고도 알 수 없는 찝찝한 감정을 느끼며 영화관을 나왔었다. 그저 현실적인 사랑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십 년 만에 다시 본 이 영화는 너무나도 다르게 다가왔다.
이 영화는 사랑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성장통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는 게 훨씬 가까울 것이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서로에게 있어서 자신의 열정과 꿈에 불을 지피는 뮤즈이자 동반자였다.
영화 중반쯤에 둘의 갈등이 깊어질 때, 미아는 세바스찬에게 일갈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이 정말 좋냐고. 세바스찬은 그 말에 좋다고 곧 대답한다. 그렇지만 그는 미아의 눈을 차마 바라볼 수 없다. 거짓말이니까.
한때 미아 자신이 반했던 세바스찬의 모습, 그랬던 세바스찬의 모습은 어디 가고 없다. 그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정통 재즈에 순수한 열정을 바치는 사람이었다.
그 모습은 미아 자신의 내면에 있던 열정에도 불을 지폈었다. 세바스찬의 순수한 열정은 그녀가 일인극을 직접 쓰고, 또 연기하게 만들었다. 늘 수동적으로 연기하곤 했던 그녀가 마침내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의 궤도를 바꾸려 하고 있었다. 미아는 더 이상 꿈을 좇지 않는 자신의 뮤즈에게 실망하고야 만다.
그녀는 한마디를 더한다. 언제부터 당신이 남들이 좋아해 주는 것에 대해 그렇게 신경 썼다고 그래?
한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의 내면의 어딘가를 정확히 조준한 미아의 그 말에 세바스찬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 그는 솔직하게 인정하는 대신, 뾰족하고 날카로운 말로 미아를 되받아친다.
다시 보아도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한없이 먹먹하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먼 거리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다시 돌릴 수 없는 선택과 시간. 그리고 일어났을 법한 일들을 그저 가정한 채로.
이루어질 수 없었기에, 둘 사이에 남는 것은 가정법뿐이었다.
둘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대사도 없이 눈빛으로만 전달되는 그 메시지. 내 마음속으로 대사를 넣어본다.
I am happy for you. 그리고,
Happy for you, too.라고 말이다.
꿈을 꾸는 바보들을 위해(The fools who dream). 미아의 마지막 오디션 독백 넘버의 제목이다.
우리는 늘 꿈을 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가 들면서 꿈을 좇기보다는 현실과 타협하라는 말을 더 많이 듣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실패가 두렵다. 실패 후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꿈을 꾼다. 그곳으로 나아가려고 하루하루 노력한다.
이 나이에도 여전히 성장통을 겪는 나에게 이 영화는 현실적이고도 씁쓸하면서도, 동시에 담담하게 위로를 건네오는 듯하다.
그래도 계속해서 꿈을 꾸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