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지난 3월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정기 연주회가 열렸다. 한국인 최초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받은 윤한결의 지휘로 스트라빈스키의 <풀치넬라 모음곡>, <불새 모음곡>을 이끌었고,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장-에프랑 바부제와 함께 라벨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했다.
스트라빈스키 <풀치넬라 모음곡>은 도입부 ‘신포니아’에서 발레 음악이라고 하기엔 다소 두터운 질감이 느껴져 곡의 분위기가 조금 어색하다고 느껴졌지만, 이내 ‘타란텔라’와 ‘토카타’를 통해 밝은 에너지를 더욱 다채롭게 채색하는가 하면, ‘비보’에선 특유의 익살스러운 이미지를 잘 표현해 곡의 굵직한 흐름을 잘 이어나갔다. 하지만 소리를 만들어나가는 관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이를테면 ‘세레나데’가 끝나고 다소 템포가 빨라지는 ‘스케르치노’의 경우 악기 군마다 음형이 명확하지 않고 흐려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앙상블이 뒤틀리기도 했다. 이 곡은 오케스트라의 솔로 파트 비중이 높은 편이다. 약음기를 끼고 세밀하게 ‘세레나데’를 연주하였던 악장을 비롯해 국립심포니의 현악 5부는 곡의 풍광을 잘 표현한 편이었지만, 여러 곳에서 음 이탈이 발생하였던 호른과 플루트는 곡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될 만큼 아쉬운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어서 1부 마지막곡과 2부 첫 곡을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채우며 <G장조 협주곡>과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차례로 연주했다. <G장조 협주곡>의 경우 전반적으로 밝고 즐거운 분위기를 잘 살려낸 연주였다. 울림 폭이 큰 공간의 특성을 견뎌낼 만큼 아티큘레이션의 명료도가 상당히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간결한 터치와 차가운 음색이 뭉개지지 않고 곡의 특성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굉장히 다양한 리듬을 구사하였기 때문에 재즈 선율에 생동감이 더해졌으며, 타악기적인 요소는 과함이 없어 균형감이 돋보였다.
특히 2악장의 경우 미묘한 색채 변화가 인상적이었다. 1악장의 즐거운 분위기를 잘 이어받으면서도 점차 색채감을 어둡게 만들며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노스탤지어적인 측면을 과감하게 이끌어내는 흐름이 훌륭했다.
2부 첫 곡으로 연주한 <왼손을 위한 협주곡>도 고음부의 아티큘레이션을 조정하여 또렷한 연주가 이어졌다. 또한 한 손으로 연주할 때 생겨나는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신체가 한 쪽으로 치우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주 중에 의자 우측으로 이동하여 앉기도 했고, 음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저음부에선 울림폭을 크게 잡아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두 개의 협주곡 모두 피아노가 오케스트라를 리드하는 모습을 보였다. 곳곳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호흡하려는 바부제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음에도 관악기를 중심으로 명확하지 않거나 흐려지는 음형이 여러군데에서 나타나 곡 전체를 아우르는 완성도는 떨어지는 편이었다. 특히 왼손을 위한 협주곡에서 콘트라바순이 콘트라베이스와 첼로가 함께 연주할 때 소리가 잘 섞이지 않아 이질감이 들었으며, 오케스트라 총주에선 음량 조절을 각별히 신경쓰지 않아 피아노 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는 경우가 발생해 아쉬움이 컸다.
이어서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이 연주됐다. 전반적으로 음과 음사이의 텐션을 좁히지 않으면서 곡이 내포하고 있는 주된 흐름을 놓치지 않고 흡인력있게 풀어나간 것이 돋보였다. 또한 풀치넬라 모음곡을 비롯해 앞서 연주했던 곡보다 훨씬 안정적인 연주가 이어져 각 시나리오에 따른 대표 장면들이 잘 연상되었다. 가령 곡의 첫 머리인 ‘서막'의 경우 신비로운 분위기를 좀 더 살려내는 형태로 풀어나갔고, ‘공주들의 론도'는 로맨틱한 장면이 연상되도록 악기 간에 호흡을 유기적으로 이어나가는 게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카슈체이 마왕의 지옥 춤'에서는 원시적인 요소를, '자장가'에서는 오리엔탈적인 요소를 적절히 잘 살려내기도 했다.
이번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공연은 또렷하고 밝은 음색, 다양한 리듬이 돋보였던 장-에프랑 바부제의 협연이 인상적이었다. 지휘자 윤한결의 경우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부분에선 젊은 지휘자의 한계가 보였다. 그럼에도 곡에서 내포하고 있는 주된 흐름은 잘 짚어내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해 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