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 영 Jan 18. 2023

다정한 사람들을 위하여

일 년에 서너 번, 많으면 다섯 번 정도 보는 인연들이 있다. 친하다고 물으면, 뭔가 애매하지만 그 정도이기 때문에 더 좋은 사람들. 서로의 영역을 어느 정도 지켜주면서 다정하고, 상냥한 대화를 나누는 우리. 뽀빠이를 먹다 보면 발견하는 달콤한 별사탕 같다.


이런 별사탕 인연들에게는 특징이 있다. 바로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들이라는 것. 


조금만 기분이 나빠도 험한 말이 나오는 나를 부드럽고 상냥하게 만들어준다. 왜, 어떤 만남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서면 찝찝함이 남을 때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위와 같은 사람들은 정겨운 단어와 부드러운 미소만을 주고받기 때문에 곱씹을수록 즐거운 기억만 가득해진다. 마치 집 안에 고소한 원두향이 가득 찬 것처럼. 


오늘 점심에도 다정한 인연을 만나고 왔다. 두 살 많은 민 언니는 사회에서 만난 인연으로 가끔씩 내가 조르고 졸라 만나는 귀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우린 만나면 별다른 것 없이 밥을 먹고, 카페를 다녀오는 게 끝이다. 고작 함께 있는 시간은 3시간 정도지만, 언니를 만나고 돌아오는 나머지의 하루들은 따뜻한 열기로 마음을 가득 메운다. 내가 무언가를 한다고 했을 때, 걱정보다는 응원과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사람. 나란 작은 존재를 대단하고 특별한 반짝임처럼 묘사해 주는 사람. 무엇보다 서로에게 어떤 부담도, 어떤 바람도 없어 작은 산들바람이 오가는 것처럼 대화들은 가볍고 정답다. 


요즘 세상에 몇 없는 귀하디 귀한 다정한 사람들. 난, 이런 다정함을 갖춘 사람이 좋다. 


재밌고 자극적인 만남들도 간혹 유쾌하지만 어쩐지 집에 돌아오면 쓴맛이 감도는 것처럼 뒤끝이 내내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 몸에 나쁜 인스턴트를 피하는 것처럼 멀리, 도망친다. 난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과 행동에도 쉽게 돌 맞아 죽는 개구리니깐.


하지만 그러다 보면 나는 과연 다정함을 갖추고 있는 사람인지 의문이 든다. 내게 다정함은 여유이자 체력이라 그렇지 못할 때에는 나오지 않은데. 어쩌면 무심코 개구리를 돌로 맞춘 포식자가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괴롭다. 적어도 좋은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감정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오히려 비정을 돌려주는 무정한 인간일까 봐 자신에 대해 자주 곱씹는다. 


적어도 나에게 친절하고 상냥함을 나눠주는 사람들에게는 나 또한 나를 위한 배려를 돌려주고 싶다. 그게 단어든, 행동이든, 물건이든. 모든. 그래서 우리 서로가 평생 다정함을 주고받으며 살 수 있도록 일생을 채워갈 것이다. 


다정한 사람들을 위해, 나 또한 성실히 노력할 수 있는 도덕을 갖추기를. 늘 마음 깊이 명심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동네 형님들을 소개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