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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하는 쏘쏘엄마 Jul 12. 2022

공감에 실패한 엄마에게

ft. 공감 실패에 대한 공감 반응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엄마의 태도, "공감"



평가하거나 지적하기보다는 먼저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그럴 수 있다고 위로해 주는 것, 괜찮다며 격려해 주는 것,

이 모든 것은 엄마의 공감적인 행동이다.

늘 강조하지만, 공감을 받은 아이는 내면이 아주 단단해진다. 내 감정과 생각을 신뢰하며 자신감 있게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다.

그뿐일까 공감을 받은 아이는 엄마와 좋은 관계를 맺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엄마를 신뢰한다.

엄마의 공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감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서는 "타인의 감정, 의견, 주장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육아와 많은 부분 닮아있는 상담에서도 효과적인 상담을 위해서는 상담자의 공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금 더 깊이 있게 공감에 대해 이해해 보기 위해서 인간중심상담에서 이야기하는 공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치료적 관계의 중심 요소 중 하나는 "공감"이다.

​공감은 진행적인 과정으로,

상담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경험하고 인식하는 현실을 옆으로 제쳐두고,

내담자의 경험과 인식에 대해 느끼고 반응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태도다.

공감은 내담자의 생각과 감정이 마치
상담자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것같이

아주 강렬하게 경험되기 때문에
강하고 지속적일 수 있다.

​(인간 중심 상담의 임상적 적용 中)


이 글에서 치료적 관계 대신에 "부모 자녀 관계", 상담자 대신에 "엄마", 내담자 대신에 "내 아이의 이름"을 넣어보면 된다.

그렇다. 공감은 마치 내가 너인 것처럼, 내 안경을 벗고 너의 안경을 껴보는 것이다.

내 관점이 아닌 아이의 관점에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내려놓고 아이가 알고 있는 수준에서, 내 경험을 잠깐 제쳐주고 아이의 경험 자체를 들어보는 것이다.


말이 쉽지.. 내 입장을 버리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

정말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진짜 어렵다.

하물며 수년, 수십 년간 훈련받은 상담자도 종종, 어쩌면 대부분 공감에 실패한다.



공감의 실패는 당연하다.

우리는 항상 아이에게  모든 순간 정확하게 공감할 수 없다.

우리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당연히 공감에 실패한다.

어느 정도 자기의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는 "엄마는 왜 자기 멋대로예요?" "엄마는 왜 내 마음은 하나도 몰라줘?"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어린아이는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흐르거나 서운한 마음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아이가 엄마에게 강렬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했을 때, 가만히 살펴보면 대다수의 상황은 "엄마가 공감을 실패한 상황"이다.

공감보다는 먼저 충고를 했다거나, 공감보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거나, 공감보다는 혼을 냈다거나 하는..

흔히 있는 일이다. 그렇다, 우리는 매 순간 공감에 실패한다.

(그러니 내가 좀 공감을 잘 못하는 엄마라고 생각해도 너무 좌절하지 말길 바란다. 공감을 잘한다고 착각 속에 있는 것보다는 공감의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이 훨씬 더 바람직할 때가 많으니까.)

공감 실패에 대해서 공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럴 때, 엄마에게 필요한 건 내가 공감에 실패했다는 것에 대해서 인정하는 것이다.

엄마가 공감해 주지 않아서 아이가 속상할 수 있겠다는 것을 공감해 주는 것이다.

이것을 상담에서는 "공감 실패에 대한 공감 반응"이라고 부르는데, 아이가 엄마의 공감의 실패로 속상해하는 어떤 격렬한 말이나 행동을 보인다면 그것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따지기보다는, 핑계 대거 나 해명하기보다는, 내가 잘 공감하지 못했다는 것을 솔직하게 시인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들어보는 것이다.

공감의 실패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만회해 나가느냐이다.

다행인 것은 우리는 우리의 실패를 만회할 수많은 기회가 있다.

아이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엄마를 사랑하기에 엄마를 언제든지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지금 공감에 실패했더라도 앞으로 함께 할 수많은 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공감을 잘 해내거나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할 때라도, 아이는 아이에게 늘 기회를 준다.

심지어 엄마가 공감을 연습할 수 있도록 계속 자기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도와주기까지 한다.


계속 똑같은 문제로 신경질을 내며,
계속 같은 지점에서 엄마를 화나게 하는가?
아이는 다시 내게 공감할 기회를 준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10번 중 9번 공감에 실패했다면, 어떻게 하면 5~6번만 실패할 수 있을까?

내 마음의 그릇을 비우고, 아이의 마음을 담아내기


일단 내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릇에 가득히 차면 어떤 새로운 것을 담으래야 담을 수가 없다.  엄마의 마음 그릇이 가득 차면 아이의 마음을 담아낼 수가 없다.

아이의 마음이 담아져야 공감을 시작이라도 할 것인데, 이미 나의 것들로 가득 차 있기에 아이의 마음이 담아지지 않으니 자꾸 튕겨 나가기만 한다.

내 마음에는 어떤 것이 가득 차 있을까?

일을 하는 엄마는 집에 들어와서도 직장에서의 일들이 마음에 한가득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주부라면, 해야 할 집안일들이 눈앞에 계속 아른거려서 무엇을 먼저 해야 될지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수도 있고,

혹여나 남편과 싸우기라도 했다면, 성취해 내야 하는 무언가가 있는 상황이라면 일단 아이에게 집중이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지금 무언가 일이 있지 않더라도

정서적으로도 과거의 매여 있는 어떤 상처를 자꾸 아이가 건드린다면, 내 마음은 상처의 기억으로 가득 차 오른다.

불안하고 걱정되고 초조하다면, 내 마음은 내 감정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다.

하지만 괜찮다.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을 가득 차고 있는 것들을 발견했다면, 거기서부터 공감은 시작된다.

잠깐 눈을 감고, 아주 잠깐이라도 내 마음 그릇에 담긴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잠깐 옆에 내려놓는다는 상상을 해보자.

(나는 잠깐 기도하면서, 내 마음 그릇에 담긴 것들을 십자가 아래 내려놓는 상상을 해본다.)

공감은 애쓰지 않아도 된다, 애쓰지 않아야 된다.


나의 그릇을 잠깐이라도 비우고, 아이의 마음을 담아내는 일.
(다행인 것은.. 계속하지 않아도 된다, 잠깐이어도 충분하다!)

나는 하루에 이토록 중요한 일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가?

단 10분 만이라도, 잠깐의 시간이라도, 내 마음을 잠깐 내려두고 아이의 마음에 온전히 집중해 보려고 해 보면... 신기하게도 보이는 행동 이면의 아이의 마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엄마와 충분히 함께 놀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
잘 해내고 싶은 아이의 마음,
잘 해내지 못해 속상한 아이의 마음...

아이의 마음이 내 마음에 잘 담기는 그 순간, 공감은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어떤 언어적인 반응을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냥 저절로 공감이 된다.
(실제로 언어적인 것보다 비언어적인 눈빛, 표정, 제스처 등을 통해 우리는 훨씬 더 많이 공감받는다고 느낀다)


공감적인 엄마가 되기 위해서 너무너무 노력하면 결국 지친다.

부담이 되고 압도되며, 조금의 실패를 마주해도 나는 어차피 안된다면서 지레 포기하게 된다.

무엇보다 내가 어떻게 공감을 해야 할까에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아이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가 없다.

공감은 먼저 내 마음을 비우는 일이다.

이게 참 어려우니까 아주 잠깐! 이면 된다. 그렇게 조금씩 빈도와 시간을 늘려나가면 된다.


그러니까...
공감의 실패에 너무 실망하지 말길,
실패는 당연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실패했음을 인정하며,
내 마음에 무엇이 가득 있는지를 마주하고 비워내 보기를,

그렇게 아이의 마음을 잠깐이라도 온전히 담아낼 수 있기를.  

오늘도 이름만으로도 귀한 엄마, 응원합니다!

(이것은 상담자를 위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상담자도 파이팅!"

공감은 내담자에 대한 반응의 '기술'이 아니라
내담자와 관계 속에 있기 위한 방식이다.

칼 로저스의 "사랑 중심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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