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윌리엄스는 스크린을 통해 내게 어릴 때에는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게 해 주었던 피터팬이었고 나이가 들면서는 만만치 않은 현실을 마주하는 삶에서 유머를 가지고 살아가는 어른의 모델이 되어주었다. 한동안 잊고 지낸 로빈이었는데 아들 녀석이 내가 어려서 보던 쥬만지를 너무 재밌게 보는 것을 보고 내 어릴 때를 생각하며 같이 보다가 로빈윌리엄스가 너무 그리워졌다. 그는 영화를 통해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는 배우다.
로빈과의 첫 만남은 후크,주만지,알라딘,미세스 다웃파이어 같은 재밌는 캐릭터로서의 만남이었다. 내게 그의 첫인상은 번뜩이고 인상 좋은 재밌는 아저씨였다. 그 재밌는 아저씨는 때론 지친 발걸음으로 그저 살아내던 내 삶의 순간에도 훅들어와 잠깐 멈춰 서서 목놓아 울고 다시 살아가게 하기도 했다.
로빈이 그리워져 로빈의 꿈이라는 로빈의 생애를 담은 다큐를 보고, 그의 작품들 중에 못 봤던 작품들, 봤던 영화들 몇 개를 찾아서 정주행 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다시 찾아본 로빈윌리엄스 작품들은 마음을 꽁꽁 걸어 잠그고 최소 전력모드 핸드폰처럼 살아가는 내게 " 그래도 사랑하며 살고 싶은 거 알아. 외로워하는 누군가에게 손 내밀어주고 싶은 거 알아. " 라고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어서 이제껏 버텨왔구나. 지난 삶의 끝에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원 없이 사랑하며 살다 죽어야지.. 그때 가서 삶을 마무리해도 늦지 않아.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던 것이 떠올랐다. 그 사랑을 알려주신 하나님께 묻고 또 물으며 여기까지 왔다.
로빈은 어땠을까. 그도 마음속 깊은 곳 외로움을 품고 살았기에 그 외로움 때문에 다른 외로운 누군가를 그리도 따듯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나는 어떻게 살아가면 될까.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어서 나는 사랑받으며 서있을 수 있다. 더 잘, 더 멋지게 서있어 주고 싶다.
하지만 오래전에 다쳐서 염증이 난 마음들로 여전히 외롭고 아픈. 문제들이 엉켜있는 이 상황이 끝이 나지 않을 것처럼 두려울 때도 있다. 다 괜찮아졌다는 이야기로 급하게 덮어야만 하고, 그래서 숨겨야 할 때가 많지만, 나는 사랑이 필요한 이들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 여전히. 현실에 떠밀려 잠시 미뤄뒀던 상담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로빈이 그리운 밤이다.
"슬픈 일은 없었으면 싶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아요 슬픔의 목적은 우리를 변화시키기 위한 거죠 자아를 떠나보내고 자존심도 버려야죠 세상에는 하나님께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될 거예요. 그러니 행운을 빌게요. 그런 게 인생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