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육남이 Jun 04. 2024

우리 부부에게 OOO은 로또나 다름없었다

저희가 아파트 구입을 망설이게 된 진짜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앞장에서 말씀드렸듯이 저희가 구입하려고 했던 물건이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 매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입주권'이라는 것은 기존에 살고 있는 원주민이 재건축으로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게 어떤 문제가 될까요? 이 말은 저희가 집안에 들어가서 내부 상태를 확인할 수도 없고, 그냥 새로 지어진 아파트의 겉모습만 보고 구매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이제 입주를 두 달여 정도 남겨놓은 물건이어서 외관은 겉에서 보면 대략적으로 알 수 있겠는데 내부 모습은 사전점검을 하는 기간이 되어야 볼 수 있는 상황이어서 당최 쉽게 결정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거금을 들여 아파트를 처음 구매하는 저희로서는 이 부분이 쉽사리 납득을 못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밤새워 몇 날 며칠을 아내와 고민한 끝에 결정했습니다. 구축도 아닌 신축 건물이기 때문에 큰 하자는 없을 것 같았고 이 기회를 놓쳤을 때 다음 차례가 오면 더 큰 프리미엄을 주고 구입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온갖 이유를 다 갖게 붙였습니다.


기우였을까요? 해당 물건은 아파트 사전점검 시에도 다행히 큰 하자는 없었고 2019년 이후로 한동산 부동산 상승장에 탑승해 꽤 괜찮은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확정된 수익이 아니어서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현재 대략 제 연봉의 4배 정도 그리고 부부 공무원 소득으로 는 2년 치 조금 넘는 수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락장에서는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현재는 그렇습니다.


여담이지만 ‘입주권’ 매물이 가진 장점은 청약 등 추첨을 하지 않고도 프리미엄을 지급하면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혈입성(?)이라는 걸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기존 일반 분양과 비교했을 때 건설사에서 조합원에게만 제공해 주는 몇 가지 옵션이 기본으로 제공된다는 점도 매력 중 하나입니다. 현재는 건축비나 인건비가 많이 올라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저희는 확장비, 시스템 에어컨 등 몇 가지 사항을 조합원이라는 명목으로 제공받았습니다.


여기서 ‘청약’ 제도는 왜 활용하지 않았는지 궁금해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도 없는 신혼부부/ 세대주 된 지 1년도 안 되는 기간 등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 보니 가점이 말도 안 되게 낮아 청약 제도로 아파트 마련하기는 좀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빠르게 자가를 마련하고 싶은 저희에게 ‘청약’은 조금 멀게 느껴지는 제도였어요. 물론 청약 제도는 정말 좋은 제도입니다. 거주하면서 투자의 성과를 드라마틱하게 올릴 수 있으니까요. 저희는 이 부분을 과감하게 포기한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주택을 구입한다는 것은 자산을 마련한다는 사실 외에 ‘안정감’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자산이 커지는 것은 어느 정도 분명한 사실이고 불안정성을 제거한다는 것에도 큰 의의가 있습니다. 한편, 매달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은 더욱더 열심히 살고 돈을 모아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자가 마련을 통해 저희 부부의 자산의 크기도 훨씬 커지면서 삶의 안정감이라는 큰 혜택까지 제공받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시 구입했던 ‘입주권’은 저희 부부에게 인생 로또였던 것 같습니다.

이전 15화 누구에게나 시작은 무섭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