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년 만에 자기소개를 했다

by 자향자

지난 8월의 어느 날부터 독서모임 하나에 참여하고 있다. 2주에 한번 온라인으로 만나는 그들과의 만남도 어느덧 3달째에 접어들었다.



책을 진득하니 읽는 습관이 없는 나 스스로를 위해 '독서 습관을 잡자.'라는 요량으로 신청하게 된 모임이었지만, 이곳에서 나는 단순한 독서습관뿐만 아니라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삶을 흉내 내며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다.



기나긴 추석을 보내고, 다시 만나게 된 지난 화요일의 독서모임. '오랜만의 재회에 기대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한다면, 너무 오글 거리는 말일까. 사실 그날은 내게 조금 특별한 독서모임이었다. 자기 PR의 일환으로 10분간 스피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내가 참여하는 독서모임의 특징 중 하나는 참여자에게 ‘자기 PR’ 시간을 준다는 점이다. (물론 자발적인 참여다.) 살면서 누군가 앞에서 10분 넘게 나를 소개해본 적이 있었던가.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아마 10여 년 전 공무원 최종 면접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어설프게 했던 영어로 자기소개를 한 게 전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 나를 누군가 앞에서 소개할 일도 그런 상황도 많지 않았다. 아니 없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기껏해야 1분 내외로 짧은 소개를 하는 게 일상의 전부 아니던가. 어찌 됐건, 말주변이 도통 없는 내겐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 고민을 품고 추석 전부터 스터디 카페에 들렀다. 가만히 앉아 생각했다.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어떤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내야 할까? 그렇게 문득 떠오른 메시지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원고를 만들고, 난생처음 AI를 통해 PPT도 만들어보며 나의 메시지를 콘텐츠화시켰다. (벌벌 떨까 봐 미리 원고와 PPT를 맞추어가며 연습을 한 건 안 비밀이다.)



당일 나는 ‘당신이 바라는 변화가 돼라’라는 주제로 온라인 참여자들 앞에 섰다. 그럼 어떤 소재로 그들 앞에 섰을까? 다름 아닌 '육아휴직'이었다. 오늘의 나는 아빠, 작가, 러너 그리고 공무원이란 업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이토록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입김을 불어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인 '육아휴직'을 통해 나만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실제로 ‘육아휴직’은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평범한 공무원으로 살던 내가 육아휴직을 통해 작가, 러너, 문학상까지 수상하는 일이 일어났으니 당연히 내 경험을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아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내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하나였다. ‘인생을 강력하게 변화시킬 그 무언가를 반드시 찾는 것’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오롯이 자신만이 이끌어낼 수 있는 변화다. 학창 시절, 선생님은 늘 공부하라고 말했지만, 그런 간접 경험은 가슴 깊이 박히지 않는다. 어떤 사건으로 인한 결심과 각고의 실행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나는 그날,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모두 다 쏟아냈다. 비록 시선 처리나 전달력은 부족했을테지만, 적어도 스크립트만큼은 100% 다 읽어냈으니 절반은 성공이다. 이 날의 발표로 사실 나는 한층 더 자신감을 얻었다. 누군가 앞에서 발표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나'를 발견했고 메시지를 '콘텐츠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 또한 얻게 됐다.



자기 계발 작가이자 리더십 전문가라 불리는 로빈 샤르마는 '도전은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진짜 성장이 시작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변화는 결심에서 시작되고, 현실로 옮길 때 우리는 한 걸음 더 성장 한다.



어느 누군가에게 글이 아닌 나의 목소리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됨에 감사하다. 올해 또 하나의 작은 성취를 일구어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나의 독서 모임 친구들과 모임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공주가 되고 싶은 공무원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