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위풍당당한 육아휴직
오른쪽 다리가 나랑 상관도 없이 떨기 시작한다. 두 손으로 힘주어 눌러보지만 소용이 없다. 오늘따라 사무실 공기도 싸늘하다. 날을 잘못 잡은 거 같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면담자의 표정은 왜 이렇게 또 굳어 있는지. 그냥 다음에 다시 면담 신청할까? 아~ 머리가 복잡하다. 면담자가 맞은편에 앉았다. 입을 꾹 다문 채 한 손은 아래턱을 괴고 면담신청서만 바라보고 있다. 남자가 육아휴직이라니, 나부터 이런 생각이 가득 한터라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머리가 뒤죽박죽이다. 제발 무슨 말이라도 해줘. 아~ 이러다 긴장감에 쓰러지겠다.
아들만 생각하자! 우리 익현이만!
보통의 6살 아이들처럼 익현이는 구명조끼와 튜브가 있다면 물에서 참 잘 논다 하지만 이런 안전장치가 없다면 물 근처도 안 가려고 한다.
내가 아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세상은 물 밖이 아닌 물속이다. 구명조끼와 튜브가 함께하면 볼 수 없는 세상인 것이다. 내가 느끼는 물의 편안함을 아들도 느꼈으면 좋겠다. 바닷속이 아니면 보지 못하는 수중 세상과 무중력의 세계를 함께 수중의 오솔길을 헤엄치고 싶었다. 아빠가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니 내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만 한다.
나는 이미 마음가짐과 접근이 가족에게 포커싱 되었고 더 이상 회사의 눈치는 보지 않기로 했다. 사실 육아휴직은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사용하라고 있는 국가의 정책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왜 주저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좋은 제도를 왜 떳떳하게 사용할 수 없는 걸까? 간절한 마음으로 꼭 육아휴직을 받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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