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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기 Jul 04. 2022

행복한 칠월, 7월의 첫날은 자우림과 함께

기록하는 2022년│Episode 89│2022.07.01

마지막 일기를 쓴 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간다. 마지막 일기는 5월 8일이었다. 

일기를 하루 이틀 밀릴 때는 불안하고, 죄책감도 들고, 스스로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일주일, 한 달, 두 달이 되어가다 보니 어느새 무감각해지고, 일기를 써야 한다는 생각마저 들지 않았다. 


그렇게 5월을 보내고, 6월도 보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7월이 됐다. 7월을 맞이한 기념으로 지난 두 달을 되돌아보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 매일 꽉 채워 보냈는데, 내게 남아있는 것이 없다. 이대로 두면 7월도 그냥 흘러가서 사라질 것 같았다. 부랴부랴 다시 이곳을 찾는다. 이번에는 정말로. 밀리지 않고, 쓴다는 것에 부담 느끼지 않을 거다. 그냥 잘 기록해봐야지.


그리고 기록을 다시 시작하기에 오늘은 아주 아주 좋은 날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7월의 첫날이자, 금요일이다. 그리고 동시에 자우림 콘서트에 가는 날이다.


돌이켜보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자우림을 좋아했다. 당시 자우림 CD를 하루 20시간씩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좋아했다고 말하기엔 이상하게 여태까지 한 번도 콘서트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물론 여러 공연에서 자우림을 본 적은 있으나, 단독 콘서트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제일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고민 없이 자우림이라고 대답하면서도, 콘서트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니. 다른 가수들의 콘서트는 셀 수 없이 다녔으면서.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이상하다. 내가 생각보다 자우림을 좋아하지 않는 걸까.


어쨌든 퇴근 후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목요일까지 계속 비가 와서 하늘이 흐렸는데, 7월의 첫날에는 거짓말처럼 해가 쨍쨍했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다. 마치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날이야.

상암에서 퇴근 후 부지런히 넘어갔는데도 공연 시작 10분 전에야 겨우 도착했다. 자우림 데뷔 25주년을 축하하는 무대가 꾸며져 있다. 

8시 10분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자우림 멤버들이 인사를 하고, 김윤아 님의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이상하게 눈물이 펑펑 났다. 되게 슬픈 것은 당연히 아니었고, 그렇다고 뭐 진짜 엄청나게 좋다는 생각도 안 들었는데, 이상하게 눈물부터 났다. 계속 났다. 첫 곡부터 시작된 눈물은 3곡째가 돼서야 겨우 멈췄다. 내가 왜 눈물이 나는지 당황스러웠다. 같이 공연을 보러 간 남편도 당황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옆자리에 앉은 분들도 다 함께 울었다는 것이다. 


25주년 기념 콘서트 셋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지금 현재 내 플레이리스트이기도 하다.


1. (INTRO) HAPPY 25th, JAURIM!

2. 매직 카펫 라이드

3. 狂犬時代(광견시대)

4. 밀랍천사

5. 팬이야

6. Something Good

7. 17171771

8. You And Me

9. STAY WITH ME

10. 미안해 널 미워해

11. 파애

12. 영원히 영원히

13. 욕

14. 거지

15. IDOL

16. Carnival Amour

17. our song

18. 있지

19. 샤이닝

20. PÉON PÉON

21. Hey, Hey, Hey

22. 하하하쏭

23. 일탈

24. 디어마이올드프렌드

25. 스물다섯, 스물하나


노래야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겨우 그친 눈물이 그 뒤로도 몇 번 새어 나올 뻔했다. 몇 번이고 울컥했다. 노래를 만들게 된 이유, 그동안 자우림이 걸어온 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다. 

공연이 끝나고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 시간마저 충분히 아름다웠다.


돌아와 생각해본다. 왜 울었을까. 울었다기보다는 왜 눈물이 쏟아진 것일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여러 마음이 있다. 우선 내가 오랜 시간 좋아하던 사람을 드디어 만났다는 기쁨도 있다. 그리고 자우림 노래를 한참 듣던, 아주 혼란스러웠던 과거의 내가 그래도 어떻게 잘 버텨서 지금 이렇게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느낀 대견함이라거나 뿌듯함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채 내 안에 남아있는 여전한 혼란스러움에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그 밖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음향이라거나, 구성이라거나) 대신, 충분히 멋진 시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칠월을 시작하기에 이 이상의 시간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다시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꿈꾸고, 살아가기에 최고의 순간이다.


#자우림 #자우림콘서트 #2022년자우림콘서트 #HAPPY 25th, JAURIM!!! #자우림25주년단독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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