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지 못해도 존중할 수 있다
팀장에게는 인간적인 따뜻함이 필수일까?
많은 사람들이 팀장의 덕목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하는 것이 ‘공감 능력’과 ‘따뜻한 인간미’다. 팀원들의 감정을 세심히 살피고,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며, 힘들 때는 위로를 건네는 리더. 팀장이 갖추어야 할 이상적인 모습인 양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선천적으로 따뜻한 성향을 지닌 것은 아니다. 차갑게 보이는 성격, 타인에게 관심이 적은 기질, 혹은 감정보다 논리와 효율을 우선시하는 사고방식도 분명 존재한다. MBTI로 치면 T(사고형, Thinking) 성향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이 팀장이 되었을 때,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는 것일까? 아니다. 오히려 성공한 리더 중 상당수가 T성향이다.
그렇다면, 논리와 사실을 바탕으로 사고하는 사람들, 관계보다 결과를 중시하고, 감정적 교류보다는 논리적 설득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훌륭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공정함과 일관성
인간 존중은 공감이라는 감정적 능력에만 기초하지 않는다. 공정성이라는 구조적 원리로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다. 조직심리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공정성 이론(Organizational Justice Theory)은 구성원이 조직 내에서 경험하는 ‘공정함’이 만족도, 몰입도, 성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공정성 이론은 크게 세 가지 차원으로 나뉜다.
1. 분배 공정성(Distributive Justice) - 성과와 보상이 합리적으로 분배되는가
2. 절차 공정성(Procedural Justice) - 의사결정 과정이 일관되고 투명한가
3. 상호작용 공정성(Interactinal Justice) - 의사소통과 피드백이 존중과 예의를 담고 있는가
이 이론에 따르면, 팀원이 리더에게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핵심은 ‘내가 공정하게 대우받고 있는가’이다. 이는 꼭 따뜻한 위로나 공감적 언어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일관된 기준, 투명한 과정, 구체적 인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존중을 체감할 수 있다.
공감 대신 공정으로 존중을 표현하는 방법
1. 공정한 기회와 평가 - 분배 공정성
팀장이 팀원을 존중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식은 성과와 기여를 제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특정인을 편애하거나 결과보다 과정만 강조하면 다른 팀원은 금세 불만을 갖게 될 것이다. 반대로, 차갑더라도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으로 기회를 제공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과 인정을 하면 팀원들은 오히려 더 큰 존중을 느낄 것이다.
2. 명확하고 일관된 절차 - 절차 공정성
팀장은 의사결정의 일관성과 명확성을 지켜야 한다. 오늘은 A원칙을 따르다가 내일은 B원칙으로 바꾸는 모습, 누군가에게는 느슨하게 적용하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엄격히 적용하는 태도는 불공정하다.
3. 결과와 행동 중심의 피드백 - 상호작용 공정성
많은 팀장들이 피드백을 할 때 무심코 사람을 평가하는 실수를 한다. “넌 왜 항상 늦니?”, “넌 왜 이걸 못해?” 같은 말은 상대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처럼 들린다. 공정성 이론의 관점에서 존중은 곧 사람이 아닌 결과와 행동에 초첨을 맞추는 것이다.
4. 의사결정에서 의견을 묻는 태도
공정성은 일방적인 통제보다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관심이 적더라도 “회의 시간 언제가 좋아요?”, “자료 포맷은 어떤 게 작업하기에 더 수월할 것 같아요?” 등의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팀원은 존중받는다고 느낀다. 의견이 반영될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상호작용 공정성의 핵심이다.
공정성 이론에 따른 상황별 대응 방안
잘못된 예 - 감정 중심의 모호한 칭찬
“이번에 진짜 힘들었죠? 다들 고생했어요~”
좋은 예 - 근거에 기반하여 기여를 언급
“이번 프로젝트 결과 고객 만족도가 15% 상승했어요. 이건 특히 데이터 분석 파트에서 정확도를 높인 덕분입니다.”
잘못된 예 - 갑작스럽고 막연한 권한 위임
“이번 프로젝트는 A 씨가 리드해 볼래요? 잘할 것 같아요.”
좋은 예 - 명확한 결정의 기준 제시
“A 씨에게 이번 프로젝트 리드를 맡긴 이유는, 지난 프로젝트에서 일정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예 - 감정 배제형 명령
“일정이 변경되었습니다. 빠듯하니까 이유는 나중에 설명할게요. 우선 오늘까지 OO 해주세요.”
좋은 예 - 절차적 이유와 개선 약속 제시
“일정이 빠듯하단 거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주 내로 보고해야 하는 외부 일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네요. 다음부터는 내부 마감 기준을 미리 공유해서 이런 일이 줄어들게 할게요. 양해 바랍니다.”
잘못된 예 - 추상적 피드백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랑 다르네요. 이런 느낌을 원한 게 아니에요.”
좋은 예 - 명확한 평가 기준 제시
“이번 보고서는 수치가 명확히 보였습니다. 하지만 핵심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음은 제가 ‘이 자료로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라는 관점으로 정리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잘못된 예 - 단순 지적
“몇 년 차인데 이런 기본적인 실수를 해요?”
좋은 예 - 행동 중심의 개선 피드백
“지난번에도 비슷한 실수가 있었습니다. 저에게 공유 전에 스스로 체크해 보는 체크리스트를 한 번 써보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잘못된 예 - 감정 공감 회피형 반응
“힘든 건 알겠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어요..”
좋은 예 - 감정 대신 해결 의지 표현
“지금 어떤 어려움으로 힘든지 이해했습니다. 당장은 일정상 여유가 없지만, 다음 분기에는 R&R에 반영하겠습니다. 그전까지는 제가 우선순위를 같이 점검할게요. 혹시 OO 씨가 원하는 방향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정확한 사람이 착한 사람인 것 같아요
조직에서 존중을 받는 경험은 반드시 공감적 언어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그러니 감정보다 구조와 논리를 중시하는 팀장이라면 억지로 따뜻한 척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공감 시도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대신 공정성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 진짜 존중을 보여주는 것은 어떠한가?
따뜻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팀장이 팀원을 하나의 ‘사람’이자 ‘전문가’로서 대우하는 태도다. “우리 팀장님 차갑지만, 불공정하진 않아요.” 그 한 마디면 충분하다. 그것이 공감보다 더 오래가는 조직에서의 신뢰 언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