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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배경은 작은 조직이다. 따라서 모든 조직에 그대로 적용되기보다는, 작은 조직의 맥락 속에서 읽어주길 바란다.
“팀장님,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바쁘다, 너무 바쁘다.
팀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머릿속은 이미 계산기를 두드린다.
‘보고서 마감까지 3시간, 회의 준비까지 1시간 반, 오후에 결재받아야 하고.. 거래처 미팅도 있는데..’
내 하루는 끝없는 쪼개기의 연속이다. 하루 24시간을 쪼개 써도 모자라다. 그런데 이 와중에 팀원 역량 개발까지 챙겨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결국 나는 늘 긴급한 일부터 처리하고 중요한 일은 뒤로 미루고 있다. 팀장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팀원 육성이 늘 뒷전이 되는 것이다.
나는 흔히 말하는 실무형 팀장이다. 팀장이라 불리지만, 사실상 여전히 실무자다.
팀장이란 직책을 달고 나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기대받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많은 팀장이 여전히 실무자이자 관리자, 때로는 소방수처럼 하루를 보낸다. 수많은 보고서부터 회의, 성과 관리, 팀 성장 관리, 내년도 사업 계획까지. 모든 것이 팀장의 손을 거친다. 결국 팀장은 ’‘팀을 이끄는 사람’이라기보다, ‘팀의 모든 일을 직접 책임지는 사람’이 되고 만다.
직접 겪으며, 나는 이런 팀장을 과업지향주의 실무형 팀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단기 성과를 내는 데는 강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팀과 팀장 자신 모두를 소진시킨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형태가 반복될까? 원인은 단순히 팀장의 성격이나 습관에 있지 않다.
1. 인력 부족
많은 조직이 최소 인력을 유지한다. 필요한 자리가 비어도 충원은 늦고, 새로운 인력이 들어와도 제대로 훈련시킬 여유가 없다. 바빠 죽겠는데, 어떻게 학습지 선생님처럼 한 명 한 명 붙잡고 코칭을 하겠는가. 팀장은 결국 ‘내가 직접 하는 게 더 빠르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2. 역할 불명확
관리자와 실무자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팀장은 사실상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다.
3. 성과 중심 문화
조직은 팀장에게 무엇보다 성과를 요구한다. 하지만 팀원 성장이나 리더십 구축은 성과로 환산되기 어렵다. 결국 팀장은 성과 압박에 쫓겨 실무자로 몰린다.
4. 지원 체계 미흡
교육, 행정, 마케팅 등 지원이 부족하다. 다른 부서나 외부 리소스의 도움 없이 팀장이 대부분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
1. 완벽주의와 책임 과잉
많은 실무형 팀장은 꼼꼼하고 책임감도 강하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덫이 되곤 한다. 팀원에게 맡기면 부족할 것 같아, 결국 본인이 직접 손을 댄다. 결과적으로 ‘내가 해야 마음이 편해라는 습관이 굳어진다.
2. 위임 부족
‘내가 하는 게 더 빠르고 정확하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위임은 줄어든다. 팀원은 배울 기회를 잃고, 팀장은 더 많은 일을 떠안는다. 이 악순환 속에서 팀장은 점점 더 실무에 매몰된다.
3. 자기 성장의 정체
실무를 처리하느라 바쁘다 보니, 정작 자신의 커리어와 전문성은 뒤로 밀린다. 전략적 사고나 리더십 역량을 키울 기회가 사라진다. 팀원뿐 아니라 팀장 자신도 정체되는 셈이다.
1. 팀장님은 늘 바쁘다.
• 항상 회의, 보고서, 성과에 치여 여유가 없어 보임.
• 나의 고민이나 작은 제안은 ‘급하지 않아 ’밀려나곤 함.
• 결국 팀원은 ‘내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구나’라는 인식을 가짐.
2. 믿음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 팀장님에 나에게 맡긴 업무가 결국 팀장님 손에서 다시 고쳐짐.
• 모든 걸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려는 팀장의 말과 행동은 팀원에게는 ‘너희는 아직 부족해’라는 메시지로 다가옴.
3. 팀장은 팀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본인만 소진된다.
• 팀장의 피로감, 짜증, 날 선 말투가 그대로 전해짐.
• 팀원 입장에서는 ‘우리 때문에 팀장이 힘들다’는 죄책감과 동시에 ‘왜 우리를 믿지 못하실까’라는 불만이 생김.
4. 팀 성장보다 숫자가 더 중요하다.
• 팀장은 늘 성과, 매출, 마감만 이야기함.
• ‘내가 배우고 성장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결과물을 찍어내는 기계가 된 걸까?’라는 회의감이 듦.
악순환은 반복된다. 이 악순환은 결국 팀장을 소진시키고, 팀원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단기 성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조직 경쟁력이 약화된다.
조직 차원에서
• 최소한의 팀원 확보와 훈련 체계 마련
• 행정, 교육, 마케팅 등 지원 가능한 시스템은 강화하여 팀장의 역할 범위 조정
• 팀장의 번아웃을 예방하고, 조직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리더십 기대치 조정
개인 차원에서
• 결과의 완벽함보다 팀원의 책임감을 우선시하는 위임 연습
• 질문과 피드백을 통해 팀원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코칭 리더십 발휘
• 전략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역량 강화
• ‘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용기
나는 여전히 실무형 팀장이다.
작은 조직에서 실무형 팀장이 된다는 것은, 늘 바쁘고, 늘 실무와 성과 속에 파묻혀 산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팀장의 본질적 역할이다. 지금의 무게가 크더라도, 그 무게를 나누는 방법을 찾는 것이 결국 팀과 나를 지켜낼 길이라는 것이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조금씩 책임을 나누고 그 과정을 함께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 그것이 과업지향주의 실무형 팀장이 넘어야 할 다음 단계일 것이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이 질문이야말로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짓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