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된 순간, 나는 더 불안해졌다.

불안은 리더의 그림자이자 빛이다.

by 사미구


회사는 나의 리더십을 믿는다고 했다.

우리는 OO 씨의 리더십을 봤기 때문에, 팀장의 역할을 부여한 겁니다.
그러니 자신만의 방식을 찾고, 믿고, 발휘하셔도 돼요.


이 말이 고맙기도 했지만, 나의 불안함을 해소시켜주진 않았다.

내 결정이, 내 리더십이, 내 한마디가 팀, 그리고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려웠다.

회사와 상사는 나를 믿는다는데, 정작 나는 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팀원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의 말 한마디가 그들의 일에, 감정에, 혹은 커리어의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경우의 수가 떠오른다.

좋은 영향이길 바라지만, 가끔은 두렵다.

나는 아직도 좋은 리더가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의 첫 팀장님은 경력도, 인생의 지혜도 풍부하셨고, 무엇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남달랐다.

당시에는 코칭을 몰랐지만, 코칭의 개념을 알게 된 지금 생각해 보니 그분은 나를 코칭으로 이끄셨던 것 같다.

내 결정이 틀릴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네가 배울 수 있다는 증거야.

“팀장은 완벽한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야.


그때는 그 말들의 무게를 몰랐다.

그저 ‘좋은 말씀 해주시는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분의 말들이 얼마나 깊은 통찰에서 나왔는지를,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신중하게 다듬어진 결과였는지를 절실히 알겠다.


그분의 존재는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기반이 되었다.

불안할 때마다, 혼자서 판단하기 어려울 때마다, 그분의 말투와 표정, 잠깐의 침묵이 떠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팀장님이라면 뭐라고 하셨을까?




그래서일까.

내가 팀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가끔은 버겁다.

내가 던진 한 문장이 그들의 마음을 닫게 하진 않았을까, 내가 내린 결정이 그들의 의욕을 꺾게 하진 않았을까.

리더십은 결국 ‘영향력’의 다른 이름인데, 나는 아직 그 영향력을 감당할 만큼 단단하지 못한 것 같다.


어느 날 용기를 내어 그분께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저는 아직 제 리더십을 믿지 못하겠어요. 회사에서는 저를 믿는다고 하지만, 저는 매일 흔들려요. 제가 끼칠 영향이 두려워요.”


그분은 잠시 웃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OO 씨 되게 좋은 팀장이네.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면 된 거야. 그 마음 분명히 팀원들에게도 닿을 거야. 그리고 나의 그때를 이해해 줘서 고마워. 사실 나도 그때 비슷한 고민을 했어. 그런데 OO 씨를 보니, 나의 영향력이 좋게 발휘된 것 같아서 그때의 내 불안이 해소됐어. 리더십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OO 씨라면, 꼭 불안이 해소되는 순간이 올 거야. OO 씨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을 거야. 그러니 조금 불안하더라도 멈춰 서지는 않길 바라.


그 말을 듣는데, 마음 한가운데 돌덩이 같았던 것이 조금 내려앉았다.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 불안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누군가의 리더십이 나에게 닿아 나를 움직였듯, 언젠가 나의 리더십도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다시 누군가를 이끌며, 또 다른 불안을 견디게 될 것이다.


리더십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전해지는 것이다.

어쩌면 불안은 리더가 반드시 감내해야 할 의식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었다는 건, 곧 누군가의 삶의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뜻이니까.


나는 불안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이 불안함은 실패의 징후가 아니라, 책임과 진심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불안을 품은 채 일한다.


조금은 서툴고, 조금은 흔들리지만, 진심만은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불안이 내일의 단단함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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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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