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팀장의 무거운 손 떼기

잘 되길 바랐지만, 더는 끌고 갈 수 없다는 마음을 받아들여야 할 때

by 사미구


“팀장님, 저는 이 회사에서 더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딱히 하고 싶은 일도, 더 개발하고 싶은 역량도 없어요.”
“그냥, 저는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연초 연간 KPI를 공유하고 합의하는 원온원 자리에서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렇게 말하는 팀원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역할이나 목표가 명확하지 않아서 방황하는 걸까?

아니면 역할과 책임을 다할 역량이 부족할 걸까?



팀장이 된다는 건 누군가의 가능성을 끝까지 붙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래 함께 일한, 인간적으로도 정이 있는 팀원이라면 더욱 그러한 마음이 들 것이다.

그래서 역할을 새로 설계해 주고, 기회를 부여하고, 인정의 말까지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이 “딱히 욕심이 없어요.”라니.


처음엔 내가 팀장으로서의 역량이 부족해서 그럴까 싶었다.

너무 급하게 고도화된 업무를 맡긴 건 아닐까, 피드백이 조금 날카로웠나, 충분히 기다려주지 않았나.

고민이 조금은 해결될까 싶어 온갖 방법을 찾아봤다.

신임 팀장 교육을 찾아 듣고, 팀장 카페를 가입해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피드백 관련 책을 읽고,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여러 방법을 시도해 봐도, 관점을 달리해 봐도,

성장할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기회란 그저 부담일 뿐이었다.


지금 나는 인재를 키우고 싶은 팀장이 아니라, 팀 전체의 피로도를 조율해야 하는 관리자의 입장에 있다.

그리고 그 역할에서는, 성장을 거부하는 팀원에게 정서적 에너지를 쏟는 것은 전략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더는 끌고 가지 않기로.


이 결심을 하기까지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다.

(나중에 다른 부서 팀장에게 들은 얘기인데, 그 팀원으로 마음고생을 할 때 10년은 늙어 보였다고 하더라.. 실제로 스트레스성 위염과 탈모를 겪기도 했다.)

해당 팀원으로 인해 다른 팀원들의 사기마저 꺾여 사기 진작을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고, 부서 전체적으로 리스크가 있다면 더 이상의 기회는 부여할 수 없다는 상사의 말씀에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고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제가 잘 관리해서 개선시키겠습니다.’라며 설득도 해봤다.


하지만 성장 의지가 없는 그 팀원은 여러 형태로 문제가 드러났다.

단순한 피드백 한 마디에도 울고, 업무 실수를 감추려고 거짓말하다가 들키기를 반복했고, 업무 보고를 누락하고, 마감 기한을 항상 놓치며, 업무 시간에 사적 행동을 하다가 들키기 일쑤였고, 다른 팀원과 커뮤니케이션을 단절했다.


끝끝내 해당 팀원을 놓기로 결심했을 때, 결국 실패했다는 자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 팀원은 그저 억울해했지만...

이제는 팀장이란, 누군가를 하염없이 붙드는 끈기(미련함)가 아니라, 붙들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할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내려놓는 건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내가 혼자 상상했던 가능성과 기대였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기억해 주면 좋겠다.

당신이 손을 놓았다고 해서, 나쁜 리더가 되는 건 아니다.


잘 되길 바라서 노력했지만, 그 사람의 의지가 없다면 결국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는 것이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우린 알고 있다.



얼마 후, 해당 팀원은 직무 적합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되어 다른 부서로 배치되었다.

얼마 전 그 부서의 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역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동료 팀장에게 문제를 떠넘긴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소주 한 잔을 사며, 저성과자에 대한 논의를 했다.


결국 이 문제는 특정 팀의 일이 아니라 조직 사회의 구조적 난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성과자에 대한 고민은 어느 팀, 어느 리더에게나 존재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현실적으로 해고가 어렵기 때문에, 조직은 저성과자를 ‘변화시켜야 하는 존재’로 남겨두고, 리더는 그 사이에서 끝없는 ‘동기부여의 책임’을 떠안는다.


이론적으로는 수많은 해법이 있다.

코칭 리더십, 성장 마인드셋, 성취 동기 이론, 피드백 루프...

하지만 현업에서는 그런 교과서적 접근이 통하는 경우는 드물다.

역량이 부족하고, 태도까지 무너진 상태에서 동기부여는 전략이라기보다 착각에 가깝다.


조금 위험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주제가 너무 오랫동안 탁상공론으로만 소비되어 왔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매일 이 같은 문제를 마주하는 리더들에게 필요한 건 ‘이론적 정답’이 아니라 ‘현실적인 기준점’이다.


다음 글에서는 역량도, 태도도 부족한 저성과자에 대한 견해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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