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시키지 못한 팀장이 아니라, 성장하지 않으려는 팀원에 대하여
지난 화에서 성장 가능성과 직무 적합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팀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서 역량도, 태도도 부족한 저성과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정의부터 분명히 하고 싶다.
내가 말하는 저성과자는 단순히 일시적으로 성과가 낮은 사람이 아니다.
아직 성장 중이거나, 경험이 부족해 결과가 더딘 사람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말하는 ‘저성과자’는 역량이 부족한데도 학습 의지가 없고, 태도가 부족한데도 책임을 지지 않으며, 그 모든 상황을 조직과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다.
성과 이전에 태도가 무너진 사람, 그리고 그 상태를 스스로 개선할 생각이 없는 사람을 말하고자 한다.
저성과자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시스템이 없어서요” “가이드라인이 없어서요” “프로세스가 정해지지 않아서요”
이 말을 들은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속으로 외친다.
물론 직접적으로 이 말은 하지 않는다. 참고, 돌려 말하고, 감정을 삼킨다.
하지만 그 말이 유독 모욕적으로 들리는 이유를 한 번쯤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말로 부당해서일까? 아니면 스스로 역량과 태도 모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을 마주하기 싫어서일까?
정말 억울하다면 실력으로, 결과로 증명하면 된다.
만약 본인의 욕심이나 의지만큼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학습하면 된다.
상사 혹은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피드백을 요구하고 반영하면 된다.
그런데 역량도 태도도 준비되지 않은 저성과자들은 일을 맡기면 변명하기 바쁘고, 기준을 세우면 통제라고 하고, 피드백을 하면 상처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성장을 원한다.
시도조차 하지 않고 변명하는 사람에게, 어떤 기회를 줘야 하는가. 어떤 성장 가능성을 봐야 하는가.
모험은 싫고, 실패는 두렵고, 성장만 원하는 이 모순을 조직이 언제까지 감당해야 하는가.
요즘 팀장은 이런 저성과자를 끌어안고 버텨야 하는 위치에 있다.
팀장은 더 이상 일을 통해 성과를 만드는 관리자가 아니라, 팀원 옆에 붙어 하나하나 알려줘야 하는 학습지 선생이고, 감정까지 살펴야 하는 상담사이며, 그럼에도 성과가 나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떠안는 욕받이인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정작 저성과자들은 팀장을, 조직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이 괘씸하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권력을 부리고 싶어서가 아니다.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성과가 나지 않았을 때 “팀원이 일을 못해서요” “팀원이 성장 의지가 없어서요” “팀원이 게을러서요” “팀원이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역할만 바라서요” “팀원이 일도 못하면서 태도도 별로여서요” 라고 말할 수 있는 팀장은 없다. 결국 모든 결과는 팀장의 관리 책임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최소한 일을 하려는 사람과 함께 일하면 되는 것 아닐까?
팀장이 원하는 건 거창한 인재가 아니라,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 피드백을 기회로 받아들이는 사람, 기준이 없어도 스스로 생각하고 만들어보는 사람, 성격이 좋아서가 아니라 일을 해내기 때문에 신뢰가 쌓이는 사람이다.
팀장은 팀원을 성장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늘 중요한 조건이 빠져있다.
성장하려는 사람만 성장시킬 수 있다는 조건이다.
변화 의지가 없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은 성장 지원이 아니라 소모다.
역량도 태도도 없는 저성과자를 붙잡고 가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저성과자를 관리하고, 교육하고, 동기부여해야 한다는 이론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갉아먹는 순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판단해야 한다.
팀장은 일을 통해 성장을 돕는 관리자이지, 삶 전반을 돌보는 보호자가 아니다.
밥을 차려주면 떠먹을 줄은 알아야지, 숟가락 쥐는 법부터 씹는 법까지 알려달라는 건 돌봄이다.
책상 위 이론과 워크숍 몇 번으로 현실에서의 조직이 바뀐다고 믿는 건 지나치게 순진하다.
현장에서의 저성과자를 구분하는 기준은 성과 자체보다 태도를 보면 된다.
피드백을 줬을 때 질문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인지, 방어로 막아서는 사람인지.
같은 실패 앞에서 원인을 분석하려는 사람인지, 환경과 타인을 탓하는 사람인지.
같은 기준 앞에서 조정하려는 사람인지, 통제라며 거부하는 사람인지.
이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명확해진다.
문제는 조직이 그 차이를 보면서도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라는 말로 판단을 미루는 데 있다.
해결의 첫 단계는 구분이다.
단순 성장 지연자와 저성과자를 구분하지 못하면, 조직은 잘못된 사람에게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될 것이다.
배우려는 사람에게 기준과 기회를 집중적으로 제공하고, 변화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는 명확한 기대 수준과 한계를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감정은 빼고, 기준에 근거해야 한다. 또한, 기록은 필수다.
두 번째 단계는 기회의 유한함을 선언하는 것이다.
조직은 무한히 기다려주지 않는다. 일정 기간 동안 명확한 목표 반복된 피드백, 최소한의 지원을 제공했음에도 변화가 없다면, 그 이후는 개인의 선택 영역이다. 이 지점을 흐리면 저성과자는 학습하지 않으면서 머무르고, 핵심인재는 저성과자로 인한 불이익을 감수하며 회사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팀장 또는 인사팀이 짊어질 책임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팀장과 조직은 성장 환경을 만들 책임이 있다. 그러나 성장 그 자체를 대신 살아줄 책임은 없다. 누군가 계속해서 기준 밖에서 머무르기를 선택한다면, 그 결과까지 조직이 떠안는 순간 조직은 더 이상 건강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저성과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기준을 갖추고 적용하는 데 있다. 기준이 분명한 조직에서는 저성과자도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게 되고,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된다.
남아서 바뀌거나, 떠나거나.
그 선택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조직과 팀장이 해야 할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