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의 사고를 확장하는 질문법
팀장이 된 직후 자주 반복되는 장면이 있었다.
“팀장님, 문제가 생겼어요...”
업무 중에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은 고민해보지도 않은 채 나에게 온다.
꼭 나를 ChatGPT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어떤 결정을 해주면 될까?”
그러면 팀원들은 잠시 멈춘다.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급히 찾는 듯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 순간, 나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하.. 앞으로는 내가 의사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고민은 해오면 좋겠어.”
이 장면은 반복된다.
처음에는 나도 흔한 답을 떠올렸다.
요즘 세대는 생각을 안한다고.
정답을 금방 찾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서 버릇처럼 사고 과정을 생략한다고.
또는 그라운드룰이 없어서일까? 보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고민해야 하는지 합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일까?보고 방식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아서 문제-원인-대안-결정요청이라는 기본적인 틀이 없었기 때문일까?
그러다 점점 생각은 나에게로 향했다.
팀원들이 고민해서 가져온 해결책들이 번번이 채택되지 않았던 기억들.
“이건 아닌 것 같아.”
“이렇게 가기엔 리스크가 커.”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의견은 알겠는데, 그건 너무 오래 걸리니까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나는 늘 ‘일‘을 기준으로 말했지만, 팀원들에겐 그 말들이 자신들의 사고 자체를 부정당하는 경험으로 쌓였던 것 같다. 어쩌면 팀원들은 ‘대안을 생각해서 보고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학습했을지도 모른다. 생각을 말하면 설명해야 하고, 방어해야 하고, 결국 결정은 팀장이 알아서 할테니까.
나는 어느새 ‘혼자 결정하고 실행하는 팀장’이 되어 있었다. 빠르고, 효율적이고, 실수 없는 선택을 혼자서 해내는 사람.
그게 팀을 위한 일이라고 믿었다. 부족한 인력에, 부족한 시간에, 어떻게든 성과를 내서, 나와 팀을 위해 인정을 받고 싶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 잘못된 믿음이 서서히 팀의 사고를 멈추고 있었다.
팀원들에게 “고민해보고 와”라고 말했지만, 정작 생각할 수 있는 틈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완성된 답을 기대했고, 미흡한 고민에는 실망했고,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조용히 정답으로 덮어버렸다.
돌이켜보면 팀원들이 가져왔어야 할 건 정답이 아니라 ‘생각의 흔적’이었는데, 나는 그 흔적을 볼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나의 문제를 깨달은 후부터, 팀원들에게 정답을 주기 전에 사고를 유도하는 질문을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이게 문제라고 판단한 근거는 뭐였어?“
“지금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할 건 뭐라고 생각해?”
처음에 팀원들은 많이 당황했다.
습관처럼 나에게 넘기던 문제를 다시 돌려받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점차 나의 질문들 앞에서 비로소 자신들의 역할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완성된 답을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이 엉성해도, 논리가 매끄럽지 않아도 중요한 건 어디까지 고민했는지였다.
그리고 아주 의식적으로 인정하는 말을 먼저 꺼냈다.
"의미있는 부분을 짚었네.“
”고민해준 부분에 있어서 나도 동의해.“
질문 하나, 인정의 말 한마디가 팀원들의 자세를 조금씩 바꿨다.
평가받는 사람이 아니라, 사고하는 사람의 표정이 보였다.
여전히 최종 결정은 내가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결정 뒤에 반드시 이유를 붙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OO씨 의견도 의미 있었어. 다만 이번에는 A안보다 B안이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해서 A안을 선택했어.“
이 설명은 설득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판단 기준을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기준을 알게 되면 팀원들은 다음번에 그 기준을 가지고 사고하기 시작한다.
그제야 깨달았다.
사고를 키운다는 건 자유롭게 말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기준을 학습하게 하는 것이라는 걸.
팀을 바꾸는 질문은 반복되는 질문이다.
사고 유도 질문들을 회의 때마다, 심지어는 스몰토크를 할 때도 같은 톤으로 반복했다.
어느 순간부터 팀원들은 질문을 듣기 전에 먼저 그 틀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문제만 가져오던 팀원이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 저는 원인을 이렇게 보고 있고요. 대안으로는 세 가지 정도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A안이 ~한 이유로 최선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소화제를 먹은 것처럼 답답했던 속이 뻥 뚫렸다.
- 문제라고 판단한 기준은 뭐였어?
- 본인이 생각하기에 긴급성은 어느 정도야?
- 이 문제가 생긴 원인이 무엇일 것 같아?
- 지금 상황에서 가장 먼저 명확하게 해야 할 건 뭐라고 생각해?
- 이 문제가 갑자기 생긴 걸까, 전조는 없었을까?
- 이 문제가 반복된다면, 구조적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
- 사람의 문제일까, 프로세스의 문제일까, 환경의 문제일까?
- 이 문제에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요소는 뭐가 있을까? 반대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는?
- 과거에 비슷한 문제가 있었을까? 그때는 어떻게 해결했지?
- 완벽하지 않아도 좋으니 떠오르는 해결책은 뭐가 있어?
- 그 중에 가장 안전한 선택지는 뭐라고 생각해? 반대로 과감한 선택지는?
-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은 뭐가 있을까?
- 단기적으로 효과 있는 방법과, 장기적으로 필요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해도 의미있는 변화는 뭐가 있을까?
- 이러한 선택을 한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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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하는 팀은, 단순한 요구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리더의 지시가 아니라 리더가 만든 반복된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다.
지금도 나는 부족한 팀장이다.
여전히 답답해하고, 여전히 빨리 결정하고 싶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너무 빨리 답을 주게 되면, 팀의 사고가 멈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이제는 한 박자 쉬어간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묻는다.
조금만 더 너의 의견을 들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