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혼잣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ssion Azumma Apr 01. 2024

음주 27년 금주 2일 차

글이 아닌 나의 다짐!!! 이겨낼 수 있을까?

난 술이 센 편이다. 집안 내력이다. 아부지가 세시고 집안 어르신들이 다 한 술 하신다. 그럼에도 다 아흔 언저리까지 사시고 여전히 정정하시다. 우리 아부지도 일흔여섯인데 매일 반주를 즐기신다. 그래서 반주문화가 우리 집엔 어릴 때부터 있었고 술에 거부감 없이 자라온 거 같다. 그러다가 마셔보니 어라 나도 술을 즐기는구나.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고 살았다.


엊그제였나. 요즘 탄산음료와 소주를 섞어마시는 맛에 빠져서 마시다 보니 낮부터 홀짝홀짝 마신 게 반나절만에 1.6리터 페트 한 병을 다 비웠다. 그리고 그걸 그다음 날 알아채고 충격에 빠졌다. 이건 아니지. 선 넘었지. 이건 진짜 중독이지. 뒷목이 서늘해지고 이러다가 죽겠구나 싶어 바로 금주를 선언했다. 남편은 내가 술 마시는 걸 그다지 말리지는 않는 편인데 요 며칠 나름 걱정을 했다고 한다. 양이 자꾸 느는 게 그의 눈에도 보였던 모양이다. 그래도 일상생활에 아무 문제가 없으니 딱히 지적을 할 수 없었겠지. 나도 마찬가지였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그때부터 입에도 대지 않고 오늘 병원부터 찾았다. 공복으로 가서 바로 복부 CT검사며 피검사를 진행했다. 다행히 아직 아무 이상이 없단다. 역시 내 간은 강하다. 한 시름 놓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술을 마시며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똑같다. 바로 시간. 회피한 시간과 빼앗긴 시간. 그 시간 동안 무언가를 했더라면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뭐 또 후회타임~


아들의 하굣길에 오늘은 차를 이용하지 않고 둘이서 걸었다. 동네에 벚꽃명소가 있는데 코 앞에 두고도 못 가본 게 생각났다. 둘이서 벚꽃엔딩을 부르며 집에 오는데 이 소중한 시간들을 더 만들어야겠구나 싶다. 저녁 식사 후에 아이들과 밤산책도 하고 같이 티브이도 보고 가능하면 책도 읽어주고 싶다. 


습관이 제일 무서운 법이다. 지금 나에게 제일 무서운 습관은 음주. 혼술이 저녁의 일과가 되어 버린 지 10년은 넘은 거 같다. 육퇴의 낙이니 이 맛에 사느니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찜찜한 하루를 술로 마감해 버린 시간들이 너무 아쉽다. 이제 그 담을 무너뜨려야 한다. 건강한 몸도 중요하지만 나아가기 위해 멈추어야 할 것도 확실히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주둥아리라면 금주 할애비도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제 이틀차. 석 달만 버텨보자. 오늘의 글은 글이 아니라 나의 다짐이다. 사실은 며칠이나 갈까 싶은 마음에 뱉어내야 지킬 거 같아서 내지르는 나름의 각서같은 글이다. 나이 마흔 일곱곱에 금주선언이라니.. 이제서야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한심한 내 모습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생긴 습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